긴 의자의 가로 막대 / 김혜나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긴 의자의 가로 막대   김혜나(소설가)         살금살금 걸어서 공원 가장자리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았다. 긴 의자는 네 사람이 앉을 만한 길이였고 중간쯤에 얼핏 봐서는 팔걸이처럼 보이는 딱딱한 가로 막대가 붙어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나눠 놓았을까요, 라고 묻자 눕지 말라는 의미죠, 라면서 무재 씨는 의미 모르게 웃었다.   _황정은, 『百의 그림자』 (민음사, 2010) 중에서        기다란 벤치에 뚝뚝 박아놓은 가로 막대를 볼 때마다 소설 『百의 그림자』 속 은교와 무재의 대화가 떠오르곤 한다. 도심 한복판에 사십 년[…]

긴 의자의 가로 막대
김혜나 / 2012-11-23
민들레 문학특강 소감, 그리고… / 황규관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민들레문학특강 소감, 그리고…   황규관(시인)            노숙인들에게 창작 강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약간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창작 강의에 대한 약간의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항상 도중에 후회를 했던 기억도 떠올랐고, 무엇보다도 노숙인들의 세계와 대면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쩐지 그쪽 세계에 대해 한동안 무지 상태일 수도 있겠단 생각에 내가 내 등을 떠밀었다. 그렇지만 그분들에게 전해드릴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별도로 있을 리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심만 하다가 드디어 때를 맞았다.  […]

민들레 문학특강 소감, 그리고…
황규관 / 2012-11-23
한시적 가족 / 표명희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한시적 가족   표명희(소설가)            복지관은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삼층짜리 아담한 건물이었다. 음식 냄새가 솔솔 나는 1층 급식소를 지나 뒤쪽 계단을 올랐다. 2층은 사무실, 꼭대기층인 3층에 그들의 쉼터가 있었다. 열 평 남짓한 공간인 그 쉼터가 임시 공부방이 되었다. 기다란 탁자를 사각형으로 이어 붙여 놓고 열 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이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다 홍일점도 한 명 있는 구성원이었다. 책상 앞에 앉은 그들은 그동안 내가 서울역 광장을 오가며 숱하게 봐왔던 노숙인들과는 달라 보였다. 공부방 책상[…]

한시적 가족
표명희 / 2012-11-22
양평 솔티재를 넘는 당나귀 / 권오영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양평 솔티재를 넘는 당나귀   권오영(시인)              이용악의 시 「낡은 집」에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집〉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강의를 시작할 때 예문 시로 설정했던 시편 중 한 편이다.    당나귀처럼 나는 많은 짐을 안고 양평으로 향했다. 짐 보따리 속에는 민들레 ‘문학상’이 걸려 있다는 ‘부담감’,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꽉 차 있었다. 평소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노숙’에 대한 선입견이 내게도 있는가? 스스로 자문하면서 가는 그 길은 아름다웠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의 풍경들이[…]

양평 솔티재를 넘는 당나귀
권오영 / 2012-11-22
한 끼 밥의 마음 / 조연호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한 끼 밥의 마음   조연호(시인)            서너 번 가서 문학에 대해 흰소리를 하고 온 것으로 참가 후기를 쓴다는 것은 확실히 어불성설이다. 시설의 특성상 노숙인 자활센터 프로그램 참여가 순수한 의미에서 ‘문학’에 방점이 찍하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삶과 지난함을 되짚고 희망을 북돋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거늘, 그러기에는 차수(次數)도, 문학 자체가 가진 힘도 너무 적었다.    어쨌거나 나는 9월과 10월에 걸쳐 서울 성북구에 있는 노숙인 자활시설인 '아침을 여는 집'에서 ‘민들레 문학특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시설에 있는 노숙인 중 원하는 사람들이 이[…]

한 끼 밥의 마음
조연호 / 2012-11-21
달밤 / 오수연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달밤   오수연(소설가)              그분들에게는 이야기가 많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큰 개울가에 있던 낮은 집, 한 달에 두 번 조금 때면 마루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밥그릇이며 웬 깡통들까지 동동 떠다니는데, 그땐 왜 그렇게 그게 재미있었는지. 친구랑 첨벙대다 친구 집에서 저녁 밥 얻어먹고 쓰러져 잠들어, 다음날 아침 돌아오면 어머니가 등짝을 철썩 갈겼다. 아프지도 않았다. 뒷마당에 땅강아지, 풍뎅이, 집게벌레 풍성해서 여름방학 곤충채집 숙제하러 딴 데 갈 필요도 없었는데…….한 어르신의 어린 시절 집이다. 당시 부모님들께 살기 편한 집은 아니었겠지만, 아이에게는[…]

달밤
오수연 / 2012-11-16
방도 없는데 집을 말하랴 / 이시백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방도 없는데 집을 말하랴   이시백(소설가)              “새벽에 일 나갑니다”      글쓰기 강의가 처음은 아니다. 도시빈민 글쓰기부터 자활 노동자 글쓰기며, 이러저러한 인문학 프로그램마다 양념처럼 들어가는 글쓰기를 몇 해 전부터 해 보았다. 그래서 노숙인 글쓰기의 청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적어도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해온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번 노숙인 글쓰기 강좌는 4회로 짧은데다가 상이 걸려 있었다. 집 없는 분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상이니 후끈 달아오를 만도 하다. ‘내게 집이란?’이라는 글의 주제도 절박했다.     […]

방도 없는데 집을 말하랴
이시백 / 2012-11-16
집과 지붕의 아래에서 / 이은선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집과 지붕의 아래에서   이은선(소설가)              “너 집에 한 번 가보자.”    “방 옮기면 오세요.”    “그러다 언제? 내가 살아서 너 집에 한 번 가볼 수 있겠나.”      담담히 글을 읽어 내려가던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어갔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문장을 읽지 못하고 허둥대던 그가 급기야는 두 손으로 맨 얼굴을 쓸어내렸지요. 우리는 막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각자 써온 글을 바꿔 읽어보던 참이었습니다. 어제는 여덟 분이나 오셨는데, 오늘은 이차저차해서 그 절반이 앉아 있는 자리. 목 디스크가 재발해서, 구청에서[…]

집과 지붕의 아래에서
이은선 / 2012-11-16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 고봉준

     [편집위원 노트]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고봉준 (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10월 한 달을 내내 앓았습니다. 스치고 지나가는 환절기의 감기라고 하기엔 꽤 심각했고, 큰 병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그런 증상이었습니다. 덕분에 올해의 10월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더디게 갔는지 빠르게 갔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연이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와서 그랬는지 학교에도, 거리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이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겠지요. 연말 시상식과 송년 모임을 알리는 초대장과 메일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을 준비할 때
고봉준 / 2012-11-10
시멘트 침대 / 김신용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시멘트 침대   김신용         지하도 구석에 구겨 박힌 몸뚱이 하나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오늘도 숲 속의 너와집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뿌린 만큼 거두는 흙 속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그 꿈틀거림이, 낮게 자신을 성찰하는 자의 몸짓을 닮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에도 웃음을 보내 주고 공원에서 날고 있는 비둘기에게도 미소를 던져 주는, 그 바람의 얼굴을 닮았다. 자신이 흘린 땀방울이, 자신을 갉아먹는 손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표정을 가지는 것일까?   〈졸시, 「시멘트 침대」 전반부〉      암담하다. 벽을 맞댄 것 같다. 벽이[…]

시멘트 침대
김신용 / 201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