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2013)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2 / 김성중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 #3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2   김성중(소설가)              3. 문화생활      1) 출판기념회    집주인 아나의 친구가 책을 내서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한다. 쿠바에서는 출판기념회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매우 소박했다. 강당이 있는 건물(간판이 없어 아직도 그곳이 학교인지 뭔지 모르겠다)에 사람을 모아 놓고 몇 마디 축사와 저자의 말을 들은 후 콜라를 탄 럼주를 나눠 마신다.    그럼 글쓴이가 무명씨냐, 그렇지 않다. 60대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마르타는 쿠바와 칠레와 미국에서 공부했다.[…]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2
김성중 / 2012-12-31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1 / 김성중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 #2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   김성중(소설가)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지니, 내 행동은 다른 영역에 끼어든 동물과 유사해진다. 우선 안전한 주거지를 확보하고, 근거리에 화장실을 눈여겨봐 둔 후(문짝이 없는 화장실도 더러 있기에), 식사를 해결할 식당과 노점을 물색한다. 그 다음엔 반경 2킬로미터 내의 골목을 살살 다니며 지형지물을 눈에 익히기 시작한다. 가만히 보니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생활에 틀이 생긴다. 오전에는 아바나 대학[…]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1
김성중 / 2012-12-26
바벨의 침묵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5회     바벨의 침묵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 교수)            “신이 듣기를 원하는 유일한 인간의 언어, 라틴어를 상실한 비극적인 양들의 무리인 우리는 메에 하고 우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1)      논쟁과 관련해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내게는 몇 있다. 그중에 특히 내가 사회적으로 발언할 권리가 더 많아지고, 내 주장에 힘이 더 실리면 실릴수록 더 씁쓸하게 되살아나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요컨대 논쟁 당시에는 꽤 유창한 언변과 분명한 논리를 펴 논쟁 상대로부터[…]

바벨의 침묵
강수미 / 2012-12-26
손홍규 소설가(2013)
연재를 시작하며 / 손홍규

    연재를 시작하며      손홍규              폐허가 된 서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래된 일이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어쩐지 내게 서울은 폐허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비유에 지나지 않았다. 황량한 나의 내면이 투사된 도시거나 몰락해가는 세계의 축소판이거나 어쨌든 해석이 가능한 비유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 해석은 불투명해졌고 혹은 불완전해졌다. 나는 폐허가 된 서울 앞에서 끝없는 불안을 느꼈고 그 불안마저 폐허가 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폐허란 무엇일까.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사람이 살되 사람이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사람이[…]

연재를 시작하며
손홍규 / 2012-12-26
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 김성중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 #1       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김성중(소설가)              1.      눈뜨고도 꿈꾸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너무 좋아서라기보다 비현실적이어서. 지금이 정확히 그렇다. 불 꺼진 밤비행기 안에서 맥주를 쏟지 않으려 조심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쿠바행이 결정된 것은 거의 일 년 전이다. 일찌감치 흥분을 소진한 탓에, 막상 떠날 때는 뚱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허둥지둥 비행기를 탔다.    외국 작가들의 연보를 읽다 보면 나라의 지원으로 어디어디를 다녀와 무슨 글을 썼다는 말이 간혹 나오는데,[…]

돈이여, 숫자여, 길과 숙소로 바뀌어라
김성중 / 2012-12-01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_제4회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              1. 위장이 내는 소리      그녀는 지금 늦은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1시간 정도 음악이든 뉴스든 휴대폰을 통해 뭔가 들으며 아파트 뒤편 산책길을 걷다 오는 정도다. 하지만 막상 걷기를 끝내고 집에 올 때쯤에는 배가 고파지기도 한다. 9층 자신의 집에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지금도 그녀는 살짝 시장기를 느끼며 이어폰을 타고 들리는 영어 문장에 귀 기울이고 있다. 물론 자기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와[…]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강수미 / 2012-12-01
야구란 무엇인가 [마지막 회] / 김경욱

     장편연재_마지막 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병원을 나서는 사내는 사냥꾼의 얼굴을 되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염소를 찾아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솟아날 구멍을 뚫어야 한다. 실제로 구멍을 뚫었다. 간호사실 책상 서랍에서 슬쩍한 명함. 염소의 가족이 찾아오면 연락 달라며 보험회사 직원이 남긴 명함. 염소는 보험회사 쪽에 기웃거리지 않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줄행랑 친 염소가 섣불리 꼬리를 드러낼까? 꼭꼭 숨어버리면? 하늘이 무너지는데 겨우 바늘구멍을 뚫었다.    제로손해보험 영업팀장. 이름 밑에 휴대폰 번호만 달랑 적혀 있다. 이상한 명함이다. 사내는 명함 속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야구란 무엇인가 [마지막 회]
김경욱 / 2012-12-01
아, 입이 없는··· / 이혜경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아, 입이 없는···   이혜경(소설가)            내가 노숙인의 막막함에 그나마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여행을 마칠 무렵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를 쏘다니다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꾸릴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일 지금 내게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러면 어쩐지 찬바람 부는 저녁, 외기를 차단한 천 조각 하나 없이 한데에 나앉은 듯 스산해진다. 추운 날 길에 웅크린 노숙인을 볼 때보다 그럴 때 마음의 파장이 더 큰 것은 노숙인의 처지에 나를 대입하기 때문인 듯하다.      서울 나들이에서[…]

아, 입이 없는···
이혜경 / 2012-11-30
글은 뭔 놈의 글? / 김해자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글은 뭔 놈의 글?   김해자(시인)              “뭔 집이요? 나는 평생 집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자라가지고 13살부터 객지로 사방팔방 돌았어요. 배를 25년 타고 노가다 건설현장 일을 몇 년 하고 몸이 다쳐가지고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되어서 이렇게 쪽방에서 하루하루 사는 목숨인데…. ‘집’ 하면은 내 마음속에 머리끝까지 신경이 솟아요. 이 세상 살면서 나는 지금까지 뭐했나? 내가 바보여서 지금 내 처지가 이렇게 되어 있질 않나? 이런 생각이 나서 화가 많이 나요.”    우리의 첫 만남은 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글은 뭔 놈의 글?
김해자 / 2012-11-30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 김기택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김기택(시인)              말은 사람을 자유롭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감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후자의 예를 잘 보여주는 예가 나치스 장교로서 유대인 학살의 핵심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그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에서 노동자로 위장하면서 수십 년을 지내다가 이스라엘 경찰에게 발각되어 이스라엘 법정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유태계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썼다.    한나 아렌트가 본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유태인이나 유태계 사람들을 학살 현장으로 보낸 책임자라고는[…]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나
김기택 /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