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외 1편 / 김지녀

[신작시]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김지녀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말하기 직전의 입술은 플라스틱처럼 굳어 있는데     뿌리를 내리려는 씨앗처럼 살짝 벌어져 있는데     눈동자가 그려지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나를 향해 돌진할 것 같아     나는 나를 들킬 것 같아     눈동자를 그리지 못한 얼굴 앞에서     검은색     갈색     초록과 파란색을 붓에 묻히기만 했다     눈동자 없는 눈을 찬바람이 불어 나오는 동굴처럼 놔두고     거의, 라고 적었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외 1편
김지녀 / 2021-09-01
펜팔 / 오한기

[단편소설]     펜팔     오한기       인간만세       예상 밖이었다. 『인간만세』를 출간한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하필이면 제목을 『인간만세』라고 지었냐는 것이다. 막 아저씨로 접어든 소설가의 삶과 문학에 대한 현타와 분노를 담은 소설이라서 인간(휴머니즘)이나 만세(긍정성)와는 관련도 없는데 말이다.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상징과 의미라는 레이어 뒤에 숨은 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부끄러워서였다. 진실을 고하자면, 인간만세는 주문이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삶이 버거우면 중얼거리는 주문.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인간…… 만세…… 그럼 나는 좀비처럼 되살아난다.     인터뷰 순회가 일단락되자, 나는 제목에 대해서는[…]

펜팔
오한기 / 2021-09-01
메리의 집 / 박지음

[단편소설]     메리의 집     박지음           내 안에는 불 켜진 방이 있다. 그 방은 선과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평생 꿈꾸며 찾던 공간. 메리의 집을 찾아가려고 모인 오늘, 나는 그녀들에게 묻고 싶었다.       – 쓸데없이. 또 나가서 싸돌아다닐 생각이냐?     양말을 신는 내게 엄마가 소리 질렀다. 나는 거실에 있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입은 붉은 조끼가 어딘가 익숙했다.     – 엄마 어디 가?     엄마는 대답하지 않고 내 방문을 닫았다. 문밖에서 중얼거리는 엄마의 말이 들렸다.     – 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나이만[…]

메리의 집
박지음 / 2021-09-01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외 1편 / 임수현

[신작시]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임수현           한 아이가 지나갔지. 내가 낳은 사람 같았어. 호수를 사이에 두고 내 허락도 없이 살아 있었지. 손을 잡고 싶었어. 아이가 아름답고 호수가 아름다워. 나는 내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의지가 부족하다.       호수를 향해 빵을 던진다, 빵을 따라 날아가는 새들, 내 손을 보고 있는 새들. 내가 낳지 않은 새들, 새들이 내게 명령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으라고 너는 낳을 수 있잖아, 하지만 새들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보다는 새가 알을 낳는 게 언제나[…]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외 1편
임수현 / 2021-09-01
단 하나의 아이 / 정이현

[단편소설]     단 하나의 아이     정이현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누구나 어린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한나는 어린이라는 대상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당신도 한때는 아이였다거나 모든 어른의 내면에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거나 하는 문장을 들으면 바나나 껍질을 삼키다 만 것 같은 기분이 될 뿐이었다.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단 하나의 아이
정이현 / 2021-09-01
소녀와 산 / 박은선

[창작 – 그래픽노블]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소녀와 산     박은선                               작가소개 / 박은선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애니메이션전공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영화전공 2010년부터 웹툰작가로 2018년부터 다큐감독으로 활동중      《문장웹진 2021년 9월호》  

소녀와 산
박은선 / 2021-09-01
청포도 외 1편 / 손진은

[신작시]     청포도     손진은           부연 지붕 아래     게슴츠레한 눈으로 하품을 하며     물방울로 맺히는 햇빛에 게으르게 머릴 굴려 본다       이봐, 오늘 밤 어때?     칙, 담배 꺼내 물고 달 처녀 불러내던     갈기 구름 아래 어슬렁대며 햇살 낚아채던     한 번씩 장대비에 두개골 깨지고 싶은 건달의 시절은     진즉 담을 넘어 떠나버렸다       우아하게 분사되는 스프링클러 앞에     사육우처럼 하루 더     속절없이 또 하루 몸피 늘려 가는       머리칼 바람에 날리지도 못하는     저치들은, 별수 없이    […]

청포도 외 1편
손진은 / 2021-09-01
9월호 / 곽명주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1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지은, 「귀를 찾아서」를 읽고 (《문장웹진》 2021년 8월호)             돌아보지 않아도 아는 표정 그 얼굴을 모른 척하기 위해 길 없는 곳을 헤맵니다.                       작가소개 / 곽명주 자연을 닮은 색을 사용하여 일상에서[…]

9월호
곽명주 / 2021-09-01
[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3회) / 샘터서점

[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제3회) : 동시, 똑똑! – 김현숙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 – 모임 / 2021-08-09, 저녁 7시, 샘터 3층     사회/원고정리 : 권화빈 참여자 : 의상대사, 우옥영, 김미경, 우병훈       책읽기 모임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 책을 통해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권화빈 :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8월 입추가 지나 이제 선선한 바람이 창에 밀려드는 가을 문턱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8월 9일 오늘 모임의 책 이야기를 진행할 사회 권화빈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김현숙 동시인의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가지고[…]

[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3회)
샘터서점 / 2021-09-01
문장입니다영 시즌2 (제10화) / 임국영, 정다연

[문장입니다영]           문장입니다영 시즌2 (제10화) 작가의 주말         EP 20 : 작가의 주말은 어떨까…ㅋ           EP 2-10         우리는 고립되어 있습니다!     증가되는 바이러스 확진자,     델타 변이의 확산,     장기화 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시대…     그야말로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접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광경이 아닐 수 없죠.       개인과 개인의 소통은 요원해지고     우리는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오롯이 견디고 버티는 중입니다!       한편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공부, 여행 등     거창한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상상하기[…]

문장입니다영 시즌2 (제10화)
임국영, 정다연 /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