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노트] 혼자 장사합니다

 

[편집위원 노트 ]

 

 

혼자 장사합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

 

 

 

 

    2014년 새해 초입에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에 갔었습니다. 동료들과 회의를 겸한 식사 후 미진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기 위해서 애써 찾아간 커피전문점이었습니다. 한 동료는 이 집 커피가 자신이 꼽는 최고 커피 중 하나라고 장담했습니다.
    잔뜩 기대하며 찾아갔는데,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상했답니다. 문 앞에 붙어 있는 요구사항들이 눈에 거슬렸어요. 그 내용은 “수요일은 쉽니다”부터 시작해, “입실 3시간 추가요금(기회비용) 30분당 500원 추가됩니다”로 이어지더군요. 그 다음에는 “먹거리 반입 불허합니다”라는 문장까지 쓰여 있었습니다.
    참, 요구사항이 많은 가게구나, 이 커피전문점 주인은 꽤 까탈스러운 인물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이 정도로 손님에게 도도해서야 어떻게 장사하나 하는 걱정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음 문구를 발견하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임금착취 않으려 혼자 장사합니다.”
    모든 까다로운 요구사항들을 압도하는 해명의 문장이라고나 할까요. 종업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 나가기에 손님들도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양해인 셈이겠지요. 마음을 달리 먹으니 가게가 새로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더군요.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공방처럼 커피가게를 꾸리고, 주인은 정성을 다해 손님에게 커피에 대해 설명해 주더군요. 편안한 분위기와 화려한 실내장식, 종업원의 훈련된 서비스가 아니라, 오직 커피 자체에만 집중하는 가게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 가게는 주변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단골손님이 많은 듯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가게들은 많은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난리들입니다. 어떤 가게는 창업 후 폐업하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생존을 내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요. 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위해 더 많은 종업원을 고용해야 하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임금착취도 서슴지 않습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지요. 내가 이 정도의 돈을 지불했으니, 단연히 대우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혹독하게 종업원들을 대하는 사람들을 볼 때는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인간적 모멸감까지 주면서 받는 서비스에 과연 편안할 수 있을까요? 손님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화폐의 교환가치를 절대화해, 인간적 존엄까지도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자신이 지불한 돈의 가치만큼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온당한 듯하지만, 이것은 착각입니다. 나는 이것을 ‘등가 교환의 폭력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수치화된 화폐가 부여한 환상이지요. 숫자를 계산하듯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교환은 없습니다. 사용가치가 개인에 따라 다른데 어떻게 등가적 교환이 가능하겠습니까. 현대사회는 화폐가 주는 환상으로 인해 상부상조라는 삶의 원리보다는 계산적 정확성에 더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등가 교환의 폭력성’은 손해 보지 않으려는 태도로 인해 더 큰 갈등이 야기됩니다. 가게 주인들은 종업원을 착취해서라도 더 큰 이윤을 축적하려 합니다. 손님들 또한 인간적 권리를 억압하면서까지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업무과정에서 겪은 억압적 상황을 자신이 가진 돈으로 해소하려다 보니 과도한 서비스 요구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자본을 집중하려 하거나 권력을 집중하려는 태도가 ‘등가 교환의 폭력성’과 결합되어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나는 혜화동 로터리의 조그만 커피전문점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봅니다. 소박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공간을 만들어서, 등가 교환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것이지요. 낮은 임금으로 종업원을 고용해 임금을 착취하기보다는, 작은 규모와 적절한 이윤을 선택함으로써 ‘윤리적 삶’을 실천하는 것 말입니다. 혜화동 로터리의 그 커피전문점 이름은 ‘가배천국’입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정지아 소설가의 장편소설 『도덕의 구조』 첫 회를 내보냅니다. 정지아 작가는 소설연재를 시작하면서, ‘이야기 자체’보다 ‘구성방식’에 주목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살인사건을 제시한 첫 회부터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앞으로 어떤 구성방식으로 이야기를 압도할지 기대가 큽니다.
    시적 언어로 부드럽게 마음을 쓰다듬어 준 박은정, 안주철, 안현미, 채선, 하재연 시인에게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삶을 언어화하는 방식은 각각 다릅니다. 다만 깊은 시인의 응시를 통해 다른 시각을 경험한다는 것이 읽는 이들의 즐거움이겠지요. 이야기의 풍성한 향연에는 김개영 소설가의 「틈」, 이시백 소설가의 「저승밥」, 한지혜 소설가의 「토마토를 끓이는 밤」을 초대했습니다. 모두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하는 소설들입니다. 장이지, 황인찬 시인의 에세이는 이번 호에도 ‘일상과 오타쿠’라는 측면에서 대비적 읽기가 가능했습니다. 일본 문화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의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생각거리를 던져 줍니다. ‘익명소설’에서 ‘소설가 R'은 「18인의 노인들」이라는 독특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둘러싼 욕망에 대한, 혹은 문학을 하찮게 하는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내장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읽는 이들에게도 긴장을 준다는 사실을 ‘익명소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문장웹진》은 쓰는 이들의 설렘과 읽는 이들의 흥분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이곳이 보다 즐겁고 소란스러운 곳이 될 수 있도록 2014년에도 노력하겠습니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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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홍길동

참신한 까페, 글 소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