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어느 날 누나가 되어 돌아왔다 외 1편

 

 

형은 어느 날 누나가 되어 돌아왔다

 


안주철

 

 

 

 

 

형은 어느 날 누나가 되어 돌아왔다.
형의 얼굴을 만져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누나의 가슴이 먼저 내 가슴을 밀치며
들어왔다. 순식간에

 

형을 부르면 누나가 돌아본다.
형이 저렇게 야했었나?
다시 누나라고 고쳐 부르고 나는 웃는다.

 

형은 울지 않았다.
누나가 되어서도

 

형은 어느 날 누나가 되어 돌아왔다.
저렇게 야한 형은 처음이다.
형과 누나를 동시에 떠올리면서 수음을 했다.
형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누나의 등을 보면 등줄기처럼 안고 싶다.
누나가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거울 속에서 형이 기어 나올 것 같아서
자주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을 때마다 누나가 형을 벗으며 웃는다.

 

 

 

 

 

나는 사내를 낳는다

 

 

 

 

일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운다.
내가 가득 채워질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딱히 만날 사람도 없어서

 

울어야 할 일도
울지 말아야 할 일도
확인이 되지 않는 사내가 될 때까지

 

울다 지치면 밥을 먹으러 간다.
슬리퍼를 끌고
발 냄새를 한 마리 데리고
우는 사내는 그대로 빈방에 두고
밥을 사먹으러 간다.

 

오늘도 눈물을 흘린 보람이 있었다.
떨리는 눈 밑 주름을 따라 만족이 밀려온다.

 

빈방에 또 한 사내를 낳았다.
어제처럼 또 밥을 굶길 것이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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