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고양이 외 1편

 

 

투명 고양이

 


안현미

 

 

 

 

 

매일매일 출근해
바닥을 견디는 것
자신을 견디는 것

 

중성화 수술 표시로 잘려 나간
길고양이의 왼쪽 귀 끝
투명한 삼각형처럼

 

거기서부터 삶을
거기서부터 죽음을
투명하게 복사하며
인생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투명한 삼각형에 연루되어
그늘지고 멍든 쪽으로
공손하게 두 발을 모으고 있는
왼쪽 귀가 잘려 나간
길고양이의 결가부좌처럼

 

거기서부터 삶을
거기서부터 죽음을
투명하게 복사하며
인생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매일매일 출근해
바닥을 시작하는
자신을 시작하는

 

길고양이의
투명 삼각형

 

 

 

 

 

1인 가족

 

 

 

 

    새벽 5시, 세탁기를 돌린다,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세탁기를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는 8가구 다세대주택의 새벽을 돌린다, 필시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 것이 분명하지만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세탁기를 돌리고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하고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새벽 5시, 살아남아야 한다, 는 강박을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층간 소음 다툼으로 살해당할 각오를 하면서도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특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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