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사랑한 물고기 외 1편

 

 

달을 사랑한 물고기

 


채선

 

 

 

 

    일요일 저녁으로 시작된 잠에서 나는 꿈을 깬다.

 

    너의 방과
    나의 방 사이
    아베 마리아 마리아
    노래하는 저녁,
    구원을 듣지 못한 물고기는 흙먼지 이는 사막처럼 멀고 먼
    방과
    방 사이를
    헤엄쳐 다닌다.

 

    일요일 저녁으로 시작된 꿈에서 너는 잠이 든다.

 

    벽에 기댄 채 이미지만 남겨진 꽃, 숨 막히던 생의 족적 비문으로 걸려 있고, 사라진 달을 찾아 헤매던 물고기는 마리아의 변주곡처럼 몰려드는 비구름 사이를 흘러다닌다.

 

    모호한 몽상으로 피고 지는 저녁, 달뜨는 사막으로 헤엄쳐가는 너는 막연한 기항지.

 

    달빛을 걸러내며 나는 일요일의 모노 배우 몸짓으로
    기우뚱,
    먼 방과 빈방을 떠다닌다.

 

 

 

 

 

청동거울

 

 

 

 

'나'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나, 는
나, 의 그림자마저도 네게로 온통 들이붓고 싶어 하는 나, 는
네가 놓아버리고 말 나, 의 고삐
벼랑에 붙어사는 생채기 많은 가지로
고집 센 상처의 뿔 옭아매고 있는 나, 는

 

오래 웃다 잠들어버리는 나, 를

 

네가 가리고 있는, 너의 내력에 관한 기록들로
내 웃음의 경로를 진화시키지 말기를.

 

네가 너의 땅에 긁어놓은 11월처럼
내 방에 내가 지져놓은 계절
깊은 강물 속 빛의 경전으로 오래오래
흠향해 주시기를.

 

아마도 끔찍하겠지만 나, 는
여든 둘까지 키들키들 웃다 잠들 거라는 예언을 들었으니

 

나, 는 아직…… 아주 오랜 뒷날까지도
깨고 부수고 파고드는 쇄빙선 같은 네게
언 듯 냉한 나, 의 살과 피를 기꺼이 떼어 내주었던
뜨거운 파편의 꿈으로
오늘 밤 나, 는
붉은 꽃 범벅인 시절로 들어가느니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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