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 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우리들

 

[편집위원 노트 ]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우리들

 

 

김미월

 

 

 

 

    며칠 전 잡지에서 우연히 대중가요 가사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국내의 한 언론매체가 한 해 동안 텔레비전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성적을 근거로 한 인기곡들의 가사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가장 자주 쓰인 낱말은 ‘사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위가 ‘사랑’이고 2위가 ‘러브’로, 둘을 합치면 그 쓰임의 빈도가 3위 이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높았지요. 그 이전에 행해진 조사 결과들을 살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나 ‘그대’ 등이 1위를 점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답은 사랑이었지요. ‘그대’ 없이 어떻게 ‘사랑’을 이야기할 것이며 ‘사랑’을 빼놓는다면 ‘그대’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문득 어째서 다들 그렇게 사랑을 노래하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노랫말은 본디 그 시대를 반영하게 마련이니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요, 이 사회에 그야말로 사랑이 넘치고 있다는 결론이 성립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신문 사회면에 매일같이 오르내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자살 관련 소식들, 특히 혼자 살던 사람이 사망 후 여러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는 뉴스 등을 접할 때면 저는 상상해 보곤 합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저이를 믿고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저 지경까지 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고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니까.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했듯 사랑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우리 노랫말에 사랑이 그토록 많이 등장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사랑이 넘쳐서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랑을 우리가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랑 노래들이 사랑 안의 기쁨보다 사랑 밖의 불안과 초조, 절망과 고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그렇고요.

    연말입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캐럴이 울려 퍼지고 팔짱 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높아지는 계절. 구세군 냄비 종소리 너머로 사랑이니 온정이니 베풂 같은 아름다운 낱말들이 떠다니지만 날씨는 더욱 춥고 우리는 더더욱 외롭습니다. 하다못해 돌멩이도 외롭고 의자도 외롭고 자전거도 가로등도 똑같이 외롭습니다. 그래서 온 세계가 이곳에 없고 지금은 없고 자신에게는 없는 것을 갈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랑’ 말이지요.
    사랑은 그것이 연애든 우애든 동지애든 그 대상을 빛나게 합니다. 하여 사랑을 하는 자는 그것을 숨길 수 있어도 사랑을 받는 자는 그것을 숨길 수 없다고 하던가요.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그를 빛나게 할 수 있다면 그를 지켜보는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으로써 자신 또한 스스로 빛날 수 있지 않을까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그의 내면을 온전히 상상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 가장 복잡하고 미묘하면서도 순정한 형태가 바로 사랑이겠지요. 그의 내면을 상상함으로써 그를 조금 더 이해해 보려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는, 그리하여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순도 높은 언어로 빚어낸 결정체가 문학이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문장 웹진 12월호는 특별히 더 풍성합니다. 먼저 특집 연속 기획인 문학 좌담의 제1부가 실렸습니다. ‘어떻게 문학이 변하니’라는 제목 아래 ‘변화하는 문학 환경, 변화를 향한 문학의 모색’에 대해 백가흠 소설가, 서효인 시인, 소영현 평론가, 오창은 평론가(사회), 장성규 평론가가 열띤 논의를 해주셨지요. 한국 문단의 젊고 건강한 기둥인 이분들의 진솔하고도 구체적인 이야기는 작가들에게 큰 공감을,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과 작가들의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눈을 제공해 주리라 믿습니다.
    2014년 신년호부터 장편소설 『도덕의 구조』를 연재할 정지아 소설가의 ‘연재를 시작하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 같습니다. 가해자가 가해자가 되었을 수밖에 없는, 그도 역시 피해자였다는, 세상에 이유를 알고 보면 이해 못 할 일이 하나도 없다는 문장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장편소설 첫 회가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그밖에도 홍명진, 이재웅, 은승완 소설가 세 분과 박강, 오은, 이제니, 이용임, 장대송, 김중일, 김윤이 시인 일곱 분의 따끈따끈한 신작이 독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13년 12월 지금 이 순간 이 세계가 이분들의 인식과 지각과 사유 속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조합되고 변주되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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