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집 외 1편

 

 

전에 살던 집

 


장대송

 

 

 

 

전에 살던 집을 지날 때
밤늦은 시간에 들리던 어떤 여인이 울음을 멈춘 순간, 바로 그 뒤 같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아이가 똥을 누면 똥구멍까지 핥던
누렁이의 비쩍 마른 그 기다란 목이 날 기다릴 것이라고 여겨야 했습니다.
산다는 게, 늦가을 산 넘어가는 태양처럼
고요하고 조심스럽게 완성되어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겠지만
철이 되면 늘 싸야 했던 이삿짐
그 살던 집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살던 집을 지날 때면
늦은 밤 취객이 고래고래 질러대던 소리가 멈춘 순간, 바로 그 뒤쯤 같습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렸던 느티나무 아래
그 자리에서
구절초가 목을 가늘고 길게 빼고 날 배웅할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만추

 

 

 

 

검단산 아래 그린벨트, 불법 포장마차
도토리묵을 시키면 녹두전이
돼지 껍데기를 시키면 뼈 없는 닭발이
지평막걸리 한 병을 시키면 세 병을 내놓는다.
노루처럼 검단산이 아닌 예봉산같이
아주 먼데 보이는 산만 하염없이 바라볼 것같이 생긴 얼굴
그 침침한 얼굴이 어디서부터 저렇게 어긋났을까 쳐다보다가
뒤틀린 인생, 그대로가 좋은 안주라는 걸 알았다.
시청 단속반이 떴다는 소문에
지난 말복, 시장 이하 모든 관련 공무원
좌우를 막론한 시 도의원들에게
병든 개를 잡아 먹였다며 어기짝을 놨다.
저 비틀어진 속은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몸속에서
떼 지어 날려도
막걸리 한잔이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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