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의 눈 무의미의 창 외 1편

 

 

십이월의 눈 무의미의 창

 


이용임

 

 

 

 

세계는 녹슬고 있었나 보다
부식의 기미가 곳곳에 흩날린다

 

벌레 먹은 햇빛이 창궐하던
옛 계절도 이보다 심하진 않았다

 

사람들이 간밤에 띄워 올린 꿈의
시체가 도로 낙하하는 것일까 대체
꿈이란

 

도무지 무거운 것이어서
증발할 줄도 모르고

 

지붕에 미처 걷지 못한 빨래에
머리카락에 담장 위로
가루 흰빛으로 들러붙어
얼룩이 되고 있다

 

내장이 토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냄새를 피우고 있다
빛나는 입술이 색을 문질러
허공에 닳고 있다

 

이 기꺼운 녹과 삭아버린 모서리에
나는 눈을 뗄 수가 없다

 

나는 고요에 머물고 있는데
또 다른 소요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사그라지고 있는

 

풍경에 기록을 남기면
유령이 입을 벌려
입김으로 지우곤 한다

 

 

 

 

 

딕셔너리 – 새

 

 

 

 

강이 속얼굴을 뜯어 던지자

 

허공이 뱉은 얼룩
시간이 지나간 균열
그 틈으로 보이는 저 세상의 풍경
흔적

 

손가락 두 개의 힘으로 벌릴 수 있는
세상 모든 연약한 구멍

 

그것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니
나는 방백의 기능을 잃은 혀를 품은 지 오랜데
폐허의 기억이 점점이 흩어져 날고 있다니

 

천장부터 무너질 것이다, 세계는
그러나 아직은 밀어 올리는 푸른 손바닥이 있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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