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문학특강 참가후기]시詩라는 이름의 한 마리 새, 내 영혼의 날갯짓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시詩라는 이름의 한 마리 새, 내 영혼의 날갯짓

 

 

김신용

 

 

 

 

    벌써 가을입니다.
    올여름의 폭염은 대단했습니다. 선풍기를 틀어 놓아도 등줄기에는 땀이 흘러내렸지요. 그러나 그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식당방을 시 창작을 위한 공부방으로 개조한 모임자리에 앉아 있던 얼굴들이 잊히지 않는군요.
    사실 온종일 고된 하루를 이끌며 피곤에 젖은 눈빛으로 저녁의 모임 자리를 찾아들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의 무거움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교환가치가 없는 것은 쓸모가 없는 것이 되는 이 시대에 대체 시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해 보이는 그런 고단한 삶 속에서 아무런 물질적 보상도 가져다주지 않는 시 창작을 위한 문학 특강의 시간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그러나 그런 의구심이 들 때마다 저는 용기를 내곤 했습니다. 아무런 물질적 보상이 따라 주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 속에는 살아가기 바쁜 우리들이 매일 잊으며, 혹은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 마음의 향수 같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 같은, 그런 마음의 양식이 들어 있다고, 만질 수는 없지만, 손에 쥘 수는 없지만 물질로는 바꿀 수 없는 그런 무형의 가치가 들어 있다고, 저는 용기를 내어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 속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섬김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그것은 풀과 나무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또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시의 기능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피곤에 젖은 눈빛 앞에 서 있곤 했습니다.
    지금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손으로 만질 수 없다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음의 빈자리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시와 같은 그런 무형의 가치들이라고, 지금 저 또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군요. 그것은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알다시피 이곳은 엄한 규율과 비인간적인 속박으로 돌처럼 딱딱히 굳어 있는 교도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돌처럼 굳은 이 교도소 안에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오페라의 매혹적인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그 음악을 듣는 순간, 교도소의 죄수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음악을 듣습니다. 마치 얼이 빠진 듯 멍청해진, 혹은 몽롱해진 얼굴들로 – 그리고 음악이 끝나고 죄수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러나 훗날, 그때를 회상하며 한 흑인 죄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마치 아름다운 새가 날아와 내 벽돌 담장을 허무는 것 같았지, 라고.
    그렇습니다. 시란, 또는 모든 문학과 예술이란 그런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일상에서, 그 일상에 매몰되어 돌처럼 굳어 가는 우리들의 영혼을, 그 벽을 쪼는 아름다운 새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냄새 맡을 수는 없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조그만 수첩에, 혹은 낡은 공책 위에 침으로 찍은 듯이 빼곡히 적힌 글들을 보며, 또 어떤 것은 라면 박스를 찢어 그 위에 급히 써내려간 듯한 시를 읽으며, 나는 글 쓴 이들의 가슴에 묻혀 있는 어떤 열망을, 그런 무의식을 읽어내며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굳어버린 마음의 벽을 쪼는 아름다운 새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열망과 기도가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마음의 양식이 되어 주는 것이었으니까요.
    아마 조금 더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될 것입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가로수의 나뭇잎들도 가을빛으로 물들겠지요.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순간 저도 마음속으로 가만히 빌어 봅니다. 아무런 교환가치가 없지만, 또 손으로 만지거나 냄새 맡을 수는 없지만 그런 무형의 가치들이 이 결실의 가을처럼 모두에게 젖어들 것이라고-
    아름다운 새가 날아와 굳은 벽을 쪼아 허물어 줄 것이라고-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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