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부기 외 7편

 

 

기타부기

 

조용환

 

 

 

내 기타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노래,
물방울처럼 통통 환상을 건너지만
서툴러도 열정적인 눈빛으로 한 가지만 울리네
골목길을 돌아가는 당신의 오디세이를 들었다면
기차는 연착 중이고 목책에 걸터앉아
커피 향을 마시며 초원을 꿈 꿀 것이지만
내 노래는 울퉁불퉁하고 불편해도 잠든 당신의
숨소리를 간직하지 그러나 들을 수 없는 음악,
바람처럼 사무치면서 햇살처럼 번져 가는
내 목소리를 당신은 언제든 어디서든 듣게 되겠지만
달나라도 가고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벗고
풀을 뜯고 구름을 따라 흐르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변치 않는 개울물 흐르는
뒷동산을 찌릉찌릉 달리는 세발자전거
가슴 뛰는 첫사랑은 더듬거리지만
산맥을 넘어 질주하는 노래,
기타부기는 서툴러도 신발끈을 바짝 조이네
목마른 당신의 멜로디는 공중에 흩어져도
내 기타는 다만 눈빛의 존재
랄랄라 무엇을 위해 기타부기는 떠도는지
그러나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다네
누구에게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있어서
술과 함께 적막해지는 푸른 밤이 있다네

 

 

 

 

 

너무나도 연극적인

– 한태숙 희곡 『西安火車』

 

 

 

불멸의 무덤을 향해 기차는 떠났다
아무도 행선지를 묻지 않았다
창은 어둡다 몇 번인가 의자를 바꿨다
터널을 지나도록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강요받았다
기차도 어리둥절 달리는 게 역력하다
창에 이마를 대자 한 얼굴이
한 조각으로 분해된다
지독했던
수천수만의 형상들이었다
문득 사람의 마을, 몇 갈래의 길이
정직하게 끌려나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람회를 지키려는 듯 개 짖는 소리가
믿기지 않게 가깝다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질 때도 있다
기적汽笛,
적막은 더욱 확장 된다
이따금 간이역에 정차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굽이굽이를
관성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궁극에 응답하듯 간혹 물을 건너는
이 기차는
이 세상에 없는 종착역을 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수기침이 낭자한 무대를 주인공이 떠났다
여전히 창은 어둡다
몇 개의 이미지 때문에 느닷없이 밝아질 때도 있다
조각조각 분해된 촛불들이
굽이굽이 쿨렁거린다

 

 

 

 

 

향락적인 오후 한때

 

 

 

 

    1.

 

    출입 통제된 지 오래된 계단이었다 무궁을 찾아 지평선을 걸었다고 했다 이혼했지만 현빈玄牝은 잘 있을 거라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국밥집에서 애간장을 녹인 슬픔으로 배를 채웠다 오랜만이군, 낡은 수첩을 꺼냈다 지워진 이름들이 화두처럼 움푹 파였다 연락처가 여러 번 바뀌었으므로 초본을 뗀 듯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울렸다 또 어디로 갈 거야? 공명이 한참 동안 창틈을 빠져나갔다 和光同塵의 오래된 길이었다

 

 

    2.

 

    메일과 몇 가지 단서를 빼면 무산계급이었다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뜨거워졌다…
    얼음산에 도착했다…눈물과 별이 가장 가까운 곳…전에 키웠던 강아지가 생각났다 뭉클뭉클한 그 털, 간절해지니 지독한 냄새가 난다…
    낡은 구두를 모시기로 했다…안경을 벗었다 다시 쓰는 동안…삼천갑자가 흘렀다…비에 쫄딱 젖은 나무 한 마리…마두금처럼 흘러 바다로 갈 것이다…
    돛단배가 보이지 않는다…

 

    메일과 몇 가지 상상을 빼면 행불이었다

 

 

    3.

 

    스카이라운지는 금연이었다 금강의 반지를 낀 두툼한 손가락에 놀랐다 여자는 비틀즈처럼 떠들었다 오르페우스는 아폴론에게서, 헤르메스에게서, 거북과 황소의 허기를 달래 줄 악기를 만들어 전했다는 거문고座의 하늘을 본 적 있다 혀를 수술한 듯 초승달 자국이 선명했다

 

    날아가는 애드벌룬 위의 비현실을 개괄하였다 몇 갈래의 쓰레기통을 지나쳐야 한다 되도록 비둘기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 독특한 맛이 나는 음료를 적시며 몸을 둥글게 말고 싶어졌다 몇 가지 비판을 빼면 눈부신 저녁이었다 대상을 객관화시키는 영험한 스카이라운지의 넓은 창, 항아리처럼 발효시키며 부풀어 오르는 뒷골목과 축축한 성욕이 출입 통제된 지 오래된 오후였다

 

 

 

 

 

오후 네 시의 모닥불

 

 

 

여기,
머물렀다가 떠난다 오후였고 곧 저녁빛이
내리면 나의 행려는 밤으로 갈 것이지만
다시는 이 자리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모닥불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오후 네 시,
어느 새벽 창문을 뜯어 불을 피웠으며
타는 여명을 걸어왔으며 낭떠러지를 건넜으므로
산모롱이에 선 갈참나무의 전령일 수도 있다
모닥불은 붉고 내가 만난 부족들은 또 붉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지 않았다
두 갈래 길에서 딱 한 번 점괘를 묻고서 버린
깨진 유리조각을 교환했을 뿐이다
불길은 한갓되이 날아간다 마을의 개들이 떼로
짖어댈 때 나는 사방팔방으로 헤매 도는 이방인,
창공을 날아가는 연기는 오후 다섯 시,
그림자는 길게 드럼통을 넘어 들길이 되고
지리멸렬하게 우짖는 뻐꾸기 울음을 불태운다
활활 타오르는 울음으로 뒤꿈치의 굳은살을 깎는다
내가 돌아온 세상은 살들이 타는 시간이었으므로,
논길을 지나 탱자 울을 넘어
밥상이 되고 지붕을 넘어 먼 산이 되는 유랑이었으므로,
자정 넘어 여기 머물렀다 떠났을 뿐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올 수 없다 해도
또 다른 두 갈래 길,
사료창고 김氏의 잔뼈가 굵은 술주정과
솥바닥 긁는 숟가락에 밥풀데기 별 또랑또랑 뜰 때
어느 오후의 모닥불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 마디 물음도 없이 서로가 캄캄하게
저물어 가는 동안,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1

– 직립에 대하여

 

 

 

길 가 풀섶에 서 있는 인조인간은 아련한
인류, 바람벽화 발굴자에 의하면 그는
최초의 춤꾼이었다는데
시늉을 담은 몸은 산화되면서
투명에 가까워지는 것인가,
저 순례자의 집요한 단정함을 보면
매일 아침 서둘러야 했던 이유를 묻고 싶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도끼를 치켜들고서
피를 흘리는 사냥감의 숨통이 잦아드는 순간까지
바위처럼 기다리는, 완강한 저 자세는
어쨌든 무한한 진화와 퇴화를 지나왔다는
반증, 씹히는 고독은 어쩔 수 없어서
프레스에 찍힌 형상은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한때의 직업과 가족들과 우정과 모험의 골목들은
어쩌다 고향 가는 길을 잃어버렸는지,
화살표는 기록할 수 없는 지평선을 향할 뿐
낙엽 속에서 기침소리를 들었다 해도
따스한 우유 한 잔과 빵부스러기는
더 이상 춤을 만들지 못한다
꼬리가 잘리고 털을 빼앗긴 채 도망치고
재빨리 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벌판에서 나뭇잎과 공중그네를 잃었다
어린 것들의 촛불 밝힌 저녁의 노래를
잃었다 매일의 우연한 지나침처럼
드러눕지도, 미소를 지을 수도, 피를 흘릴 수도
없는 길항하는 숲, 무법자들은 아직
전력질주,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2

– 질문들

 

 

 

어디 있었냐고 물었다
<여기>, 쉴 새 없이 지나쳐 간 파문들,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아지랑이
너머, 기억할 만한 것들을 묻는다면
<지금 여기>, 그저 답할 뿐
화살이 뚫어버린 짐승들의 비명과
향기로운 오솔길의 대비는 축복이었다
그러나 한갓되이 팔을 들었다 내리는 일처럼
퇴락의 슬픔은 영원한 것,
무엇이 또 다르다고 할 것인가?
끈적거리며 들러붙는 혈육 같은 망각들,
어둠을 타이르는 동쪽의 광휘와
야생의 늪에 깃드는 평화로운 숨소리는
種의 기원, 별들이 내린 화엄이지만
길도 아닌
숲도 아닌
사막의 술집 ―― 피리를 불며 가는 순례자의
가공된 플라스틱 뼈의 형제들
총천연색 변덕쟁이들의 마을에도
지붕은 탄생하고 번개와 눈사람과 애매한 감정들은
영혼과 이별하는 현실이었으니
너는 커서 기타를 배우렴, 속임수란
하나의 표정을 익히는 것,
부디 행운이 있기를!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3

– 짜라투스트라의 초콜릿

 

 

 

1.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포식자는 이제
태양을 탐하는 일만 남았다
날마다 부활하는 불타는 입술
합창 속의 고독한 읊조림들
이 신비한 성각문聖刻文을 해독할 수는 없지만
달콤한 것들은
가시 박힌 설탕의 꿈은 낡은 구두처럼
한때의 퍼포먼스!
방부처리 된 깡통 사랑,
잠 오지 않는 봄밤처럼
황금빛 도끼의 사냥감은 저 하늘을
펄떡펄떡 날아다니고, 기나긴
속삭임과 오랜 애무와 부드러운
융단을 천지현황을 탐하러 가는
저 벌거숭이들,

 

 

2.

 

발굴되지 않는 미망의 현장, 한구석
그가 수신호를 멈추었다
감정도 고장 날 때가 있다
모래언덕을 횡단하는 유일한 처방,
우리는 감정 없이 맞닿았지만
아무도 적멸을 완성하지 못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
무책임하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마법사처럼
팔을 들었다 내린다
그렇게도 많은 창조물과
왕국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단단한 턱뼈로 무장한 벌거숭이들은
아직도 비밀스런 동굴을 찾아 헤맨다
길은 서로 맞닿으면서 완성되지만
저 끄트머리까지 닿았다는
풍문을 듣지 못했다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4

– 퇴화론

 

 

 

    1.

 

    나의 증언은 방황, 이미 지루한 문답이다
늙어버린 가방과 비밀스러운 지도, 이젠
어느 길목이 되어도 좋을, 아무런 상징도 없이
썩어도 좋을,

 

 

    2.

 

    나는 너무 늙어버린 여행자
어머니는 나를 낳았는지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매일 귀가했으나 먼지로 만들어진
성벽은 바람의 가장자리,
고독한 영웅은 혼자 어슬렁거리며 늙어 갔을 뿐
마네킹처럼 마알간 피부는
비듬투성이, 춤을 배운 적 없는 몸을 끌고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으나
모호한 별은 지속적으로 떴다 사라졌고
가면 쓴 어둠의 젖을 빨았다
그러나 나는 어리디 어린 여행자
오직 직선의 걸음으로 단련된 미로에서
옆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푸른 하늘을 이파리 무성한 나무들을 경배한다
그것은 완벽한 영혼의 순수,

 

    모든 것은 사라진다지만
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명백한 낮과 밤의 미묘한 거죽들을 떠나보내고
붙잡아야만 하는, 진보하기에도 바쁜 족속들
너무 많은 서적을 낭비한 탓에 말이 많아진
원숭이들의 서커스는 기교만 발달하였지만
태양을 시늉하다가 터럭마저 빼앗겨 버린 버르장머리,
끝없이 걸어야 하는 미로는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작과
끝에서 어린아이들은 태어나고

 

    나는 지금
늙어 가면서 어리디 어린 젖먹이가 되어 간다
공책마다 그날의 풍경을 오려 넣고
새우잠을 자다가 깬다
어머니는 아직 나를 기억조차 하지 않고
나는 날마다 까마득한 층층계 앞에
선다 울다가 웃다가 점점
걸음을 잃어 간다

 

 

    3.

 

    나는 이제
벌거숭이로 돌아간다
한때의 좌표였으며 증명이었던 소음들과 더불어
나의 귀향은 이제 방향마저 버린다
어느 자국이었으며 지극한 의미였을지라도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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