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외 3편

 

정호승

 

 

 포옹

 허물

 나팔꽃

 군고구마 굽는 청년

 


포옹




뼈로 만든 낚시 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수평선 쪽으로 슬며시 모로 돌아눕기도 하고

서로 꼭 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주곤 하였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지 못하고

자꾸 사진만 찍고 돌아가고

부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신구만 안타까워

바닷가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적시고 돌아오곤 하였다




허물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허물이 없으면 매미의 노래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물의 힘에 놀라

슬며시 손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보았다

팔순의 어머니가 무릎을 곧추세우고 걸레가 되어 마루를 닦는다

어머니는 나의 허물이다

어머니가 안간힘을 쓰며 아직 느티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까닭은

아들이라는 매미 때문이다




나팔꽃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군고구마 굽는 청년




청년은 기다림을 굽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쪼개 추운 드럼통에 불을 지피며

청년이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투 깃을 올리고 종종걸음 치는 밤거리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조약돌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청년이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기다림이 첫눈처럼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청년은 지금 불 위의 고구마처럼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온몸이 딱딱하고 시꺼멓게 타들어가면서도

기다림만은 노랗고 따끈따끈하게 구워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구워진다는 것은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이다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 맛있어본 적이 없었던 청년이

다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 젓가락으로 쿡 한번 찔러보는 것은

사랑에서 기다림이 얼마나 성실하게 잘 익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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