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꿈치가 깨진 외 3편

 

조정 

 

 

 뒤꿈치가 깨진

 애기 옹관

 통일호가 닿은 종각역

 버들 귀

 



뒤꿈치가 깨진




낚시 몇 물고 있는 바다와 헤어져 돌아설 때

소처럼 움찔

검은 바위가 왼쪽 운동화를 벗기고

오른발은 바위틈에 빠져 깊고 손에 든 핸드폰은 떨어져 턱을 찧었다

얽은 바위가 한 입 깨물다 놓아준 살에 피가 천천히 배어나왔다

너도 속 시원하냐

운동화 한 짝을 들고 걸었다

잣알만 한 상처를 열고 나오는 피에게

빨리 포구를 빠져 나가는, 꼬리뼈 짜릿한, 서대 말리는, 벽 칠하는, 검은 흙에 돋는,

무릎 단단하게 늙은, 돌담으로 가둔, 같은 말은 빼고

배, 무단횡단, 평상, 남자, 쌍떡잎별들, 팽나무, 집들만 보여주었다

두둑과 두둑 사이 고랑을 무릎으로 기며

노파가 시금치 밭에 북을 주고 있었다

가을배추 거두던 여자가

칼 든 손을 놓고 웃었다

나는 배추밭 가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오십에 여자가 뜰 앞 잣나무 소식을 두려워하랴

바람에 섞여 날아온 햇빛이 살에 붙었다

저녁에 들었다

내가 한쪽 신 벗고 돌아올 때 해안 절벽에서 몸을 날려 죽는 자가 있었다

한 몸 받아 들고

바다도 꽤 심정이 어지러운지

내일은 관처럼 깊은 안색을 보러 가기로 했다

마주 보며 남몰래 웃어도 그나 나나

뒤꿈치가 좀 아플 것이다

 

 


애기 옹관


 

 


그릇인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여자가 없어서

나는 그릇이 아니었다


젖은 가슴을 불 속에 놓고 아이를 받아 안은

나는 어미였을까


어린 새는 죽어서도 내 그물을 끊으며 날아갔다

애끓고 소란하여

천 년이 하루 같았다

머리맡에 풀이 욱거나 봄이 보습 날을 물고 지나갔다


꽃대 튼튼한 용설란이 산산조각 흰 요령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봇물 터지듯

파헤쳐지는 비탈밭에 정수리가 깨어진 채 나앉아


나는 외롭고 마음 평평한 사금파리가 되었다

옹기장이가 나를 반죽하여 다시 무엇을 만들 수 없다




통일호가 닿은 종각역




네가 먼저 알아보았다

노숙으로 얼굴이 부은 종각역에 통일호가 닿았다

이십오 년 만에

봉사대 에이프런을 입은 나에게 다가오던

너는 김밥을 받지 않고 5번 출구로 달아났다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바짓단이 뜯어진 채 아침은

날이 밝아

몸 둘 바를 모르고 식어가는 토사물을 피해 천천히

지하도 계단을 내려왔다

낡은 신을 벗어 얼굴을 가리고 싶은

절망도 한때는 올라가는 길만 찾아 걸었을 것이다


칠 벗겨진 펌프가 환하게 물을 퍼올리는 여관 마당에

흰 셔츠 바람으로

지도를 펼쳐보는 우리를 남겨두고

길이 앞서 떠났다

길 없는 지도를 들고 각자 다른 길을 찾아 나섰으나

길 잃을 경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라면 박스 날개에 내 주소를 적었다

여기 세워둔다

흰 머리카락이 돋느라고 가르마 자리가 가렵다

참을 수 없이

입술 뜨거운 단풍나무 두 그루를 싣고

통일호 열차가 이십 오년 전에 정읍역을 떠났다


 


버들 귀




님이여 건너지 마라


시끄러운 꿈 한 켤레 건지며

밤새

신기료장수처럼 우는


강은 

귓속으로 흘러든다


흰 머리카락 오천 丈 엉킨

목젖이 아,

흐, 백 촉 더 붓도록 부르지 못해


산발한 버들가지 들어 물낯을 친다

오라

오라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