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워크맨 속 갠지스 外 3편

 

김경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木蓮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우주로 날아가는 房 1

 

 

 

내 워크맨 속 갠지스 外 3편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마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 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 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 몸의 이역들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당신과 내가 한번은 같은 곳에 누웠다고 하자 당신의 혀를 만지며 아침마다 눈을 뜨고 주머니 속에서 나의 아름다운 유리알들을 꺼내 보여주었을 텐테 긴 사슬을 물에 풀고 떠나는 해질녘의 외항선처럼 내항의 흐름을 잃어버리는 시간, 내가 들어가서 객사한 창(窓), 남몰래 당신의 두 눈을 돌려주어야 할 텐데 

                  

이 내막으로 나는 제법 어두운 모래알들을 가지고 노는 소년이 될 줄 알았다

그 적막한 야만이 당신이었다고 하자 생의 각질들을 조금씩 벗겨내는 언어라는 것이 먼저 인간을 기웃거리는 허공(虛空)을 보아버렸음을 인정하자


새들이 간직한 미로를 가지고 싶었으나 그들이 유기해버린 바람의 지도는 밤에 조용히 부서진다 한 인간을 향한 시간의 내피가 인연이 된다면 한 마음을 향한 나의 인간은 울음인가 그 내피들이 다 대답이 되었다고는 말하지 말자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배가 도착했다고 하자 언어란 시간이 몸에 오는 인간의 물리(物理)에 다름 아니어서 당신과 내가 한번은 같은 곳에 누웠다가, 울고 갔다고 적어 두자




우주로 날아가는 房 1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땅속에 있던 지하 방들이 하나 둘 떠올라 풍선처럼 날아가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움막을 싣고 지구는 둥둥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분홍을 밀랍하는 일이다 불씨가 제 정신을 떠돌며 떨고 있듯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 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 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 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하나가 흘러 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 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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