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북 外 3편

문인수

 

 달북

바다책, 다시 채석강

황조가

각축

 

 

달북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 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바다책, 다시 채석강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冊,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황조가


나 아무래도 그대를 떠날 수 없겠네

그런 마음이

먼 산모퉁이 돌아 구불구불 길 구부리며 올라오는 거, 구부려 늑골 아래로 파고드는 거

고갯마루에 주저앉아 내려다보네


사랑아


산새 한 마리 또 한 마리,

저희들 말로 희롱하며 노는 거 보네



각축


 어미와 새끼 염소 세 마리가 장날 나왔습니다.

 따로 따로 팔려갈지도 모를 일이지요. 젖을 뗀 것 같은 어미는 말뚝에 묶여 있고

 새까맣게 어린 새끼들은 아직 어미 반경 안에서만 놉니다.

 2월, 상사화 잎싹만한 뿔을 맞대며 톡, 탁,

 골 때리며 풀 리그로

 끊임없는 티격태격입니다. 저러면 참, 나중 나중에라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겠네요,

 지금, 세밀하고도 야무진 각인 중에 있습니다.

 

 

 

 

문인수의 시에서는 홀로 가는 외뿔의 시심(詩心)이 가감 없이 읽혀진다. 사물 속으로 자신의 전부를 투사하는 이 실재(實在)는 거친 각질이 느껴지는 그대로 단숨에 시적 대상을 요약해 보인다. 미처 우리가 돌아보지 못한 곳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그윽한 시선은 사물이면 사물, 사람이라면 사람, 어느 것에라도 진솔하게 가 닿는 마음의 파문이 되어 독자들의 가슴에도 사무치는데, 우리는 그런 친화를 감동이라는 말로 고쳐 불러도 좋으리라. 진정한 타자성이야말로 문인수 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김명인(시인, 고려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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