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년 외 3편

 

박성우


 

 삼학년

 오카리나

 목도리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들리다

 


삼학년 외 3편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오카리나




노래하는 작은 거위

한 마리 기르고 싶어

잿빛 도는 하양 오카리나를 샀네

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

작은 거위가 들려주는

쓸쓸한 노래 듣고 싶어

잿빛 도는 하양 오카리나를 샀네

작은 거위가 들려주는

별빛 일렁이는 물결소리

달빛 밀고 가는 바람소리

외딴집 할머니 재운 불빛이

촉수를 나춰 물가로 내려오는 소리

발 담근 산그림자

가만가만 뒤척이는 저녁 강가에 앉아

끝끝내 그리운 그대 얼굴

발끝으로 찰방찰방 일렁이며

작은 거위가 들려주는

쓸쓸한 노래 듣고 싶어

노래하는 작은 거위,

오카리나를 품고 저녁 강가로 갔네

그대 오가려나 그대 오가려나

그대 기다리던 기나긴 밤들도 

나와 함께 검푸른 저녁 강가로 갔네




목도리




뜨개질 목도리를 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왠지 애인이 등 뒤에서 내 목을 감아 올 것만 같다 생각이 깊어지면, 애인은 어느새 내 등을 안고 있다 가늘고 긴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는 얼굴을 비벼온다 사랑해, 가늘고 낮은 목소리로 귓불에 입김을 불어넣어온다 그러면 나는 그녀가 졸린 눈을 비비며 뜨개질했을 밤들을 생각 한다 일터에서 몰래 뜨다가 걸려 혼줄이 났다는 말을 떠올리며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해 그냥 하나 사면 될 걸가지구 라고 나는 혼잣말을 한다 그러다가는 내 목에 감겨있는 목도리는 헤어진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선물한 것이라는 것에서 생각을 멈춘다 애인도 손을 풀고는 사라진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들리다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마르면서 젖어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눈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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