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시작하며

 

   손홍규

 

 

 

 

 

   폐허가 된 서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래된 일이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어쩐지 내게 서울은 폐허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비유에 지나지 않았다. 황량한 나의 내면이 투사된 도시거나 몰락해가는 세계의 축소판이거나 어쨌든 해석이 가능한 비유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 해석은 불투명해졌고 혹은 불완전해졌다. 나는 폐허가 된 서울 앞에서 끝없는 불안을 느꼈고 그 불안마저 폐허가 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폐허란 무엇일까.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사람이 살되 사람이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는 곳일 수도 있으며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이지만 살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폐허는 생각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녔으나 어떤 폐허를 선택하든 그곳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흔적은 기억이며 기억은 흔적이다. 흔적이 되어버린 기억이기도 하고 기억이 되어버린 흔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미 한 편의 소설이었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어떤 흔적을 발견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소설을 다 쓰게 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알고 싶으나 알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이 소설을 쓴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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