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07년 7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가끔 세상 어디엔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나와 같은 또 다른 나. 그도 면발에 김치를 감아 국수를 먹고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둥근 잠을 잘 것입니다. 어느 추억에선 그도 첫사랑을 했을 것이고, 별리의 아픔에 홀로 울었을 것입니다.

약간은 도덕적이고 약간은 비도덕적인, 그리고 약간은 순정하고 약간은 타락한 나처럼 약간은 잘난 체하고 약간은 비굴하게 살고 있을 그. 나 아닌 나. 그가 나의 분신이라 생각다가도 가끔은 내가 그의 분신이 아닐까. 먼 곳에 걸어둔 거울처럼 그를, 또는 이곳에 걸린 거울처럼 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을 소설 속으로 파견합니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 부유하는 작가의 분신을 좇으며 때론 스릴 있게, 때론 슬프고 쓸쓸하게 작가의 내면의 얼굴을 몽타주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헤맴의 과정에서 작가들의 개성적인 문체가 그리는 다채로운 풍경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이번 7월호에서는, 삶의 태도에 미장된 허식을 긁어내면서도 전통 건축물 등에 관련된 고유어를 살려 쓴 솜씨가 돋보이는 이현수와 실직자의 다단계 회사 탐방기를 경쾌하게 그린 노경실, 지구의 지붕 에베레스트에서 삶을 들여다보는 해이수, 고모들을 병치시킨 독특한 구성으로 아픈 가족사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김지현의 분신들을 찾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 코너에서는 시인들의 고요한 내면속에서 모르는 새 다시 서서히 타오르는 삶의 소소한 열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풀꽃 위의 깊고 고요한 잠 끝에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춤을 바라보는 송수권의 『나비잠』과 얼마 전에 첫시집을 출간한 젊은 시인 하재연이 출사표처럼 다시 ‘빈 공책’을 꺼내드는 『꿈의 제분기』를 비롯, 이문재, 고영민, 이기인, 김태형, 함명춘, 안현미, 신동욱, 송승환 시인의 시편들은, 우리에게 생의 아픔과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빨간 화이바’처럼 생생하고 사소한 삶의 열망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평론가 서지영이 쓴 ‘문제작 탐구’는 백석 시「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시인의 전기적 사실에 비추어 재해석했습니다. 시인의 유목적 삶과 사랑, 그것이 동반하는 타자의 형식을 흥미롭게 풀었습니다. ‘문화의 창’은 연극배우 백은정이 5월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문학나눔큰잔치>에 참가한 경험을 장면 장면 생생한 느낌으로 전하며, ‘책장을 덮으며’에는 오랜만에 ‘네티즌 서평’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은경(필명 indian)의 김지우 소설집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에 대한 서평이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이제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층 창가에서 이 글을 보는 ‘나’와 지하 단칸에서 이 글을 읽는 ‘나’, 도서관에서 사무실에서 우리는 거울 앞처럼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멀리 있는 나를 만나 떠들고 웃고 생각하는 곳, 그곳이 인터넷이며 이곳 《문장 웹진》일 것입니다.


그동안 《문장 웹진》을 2년여 동안 이끌어 오신 서경석, 장철문 두 분 선생님들을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번호부터 소설가 조경란과 함께 젊은 평론가 김미정, 시인 신용목이 새롭게 《문장 웹진》을 꾸려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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