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기타여 외 1편


  박소란

 

  오 기타여

 

 

 

 

폐품 리어카 위 바랜 통기타 한 채 실려 간다

 

이것은 한 시절 누군가의 노래
심장 가장 가까운 곳을 맴돌던 말

 

아랑곳없이 바퀴는 구른다
길이 덜컹일 때마다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 나온다

 

노래는 구원이 아니어라
영원이 아니어라
노래는 노래가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어라

 

다만 흉터였으니 어설픈 흉터를 후벼대는 무딘 칼이었으니

 

칼이 실려 간다 버려진 것들의 리어카 위에

 

나를 실어 보낸 당신이 오래 오래 아프면 좋겠다

 

 

 

 

 

   다음에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 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 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 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히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던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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