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필요해 외 1편


   김지명

 

   노래가 필요해

 

 

 

 

 

   귀를 닫아 주세요
   꽃들의 행렬에 만개한 소리로 지저귀고 있어요
   사해를 건너온 듯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웃음이 울음으로 부화한 겹겹의 얼굴

 

   믿지 마세요
   당신이 새벽 귀갓길에 토해 놓은 밥상이
   꿈에 본 당신 마음으로 읽는다는 것을
   전깃줄에 앉아 주억주억 당신의 바깥을 추억한다는 것을

 

   숨을 들이마시다 보면
   내 몸 안의 푸른 하늘을 느껴요
   요람처럼 따뜻해
   천둥 맞은 내 말이 산산이 흩어져도
   구름솜 꾹꾹 밟아 속아 넘어갈 줄 알아요

 

   거울 같은 창공의 아래쪽에서
   누군가 새들의 항로에 발을 들여 놓았네요
   내 날개보다 크고 힘이 세
   굉음을 노래하는 맹금류예요
   추격전 없이도
   마주치면 모두 치명적
   랩처럼 빠른 노랫말로 노선 변경
   몸부림을 바라보지 마세요

 

   풀숲에 지은 유리 건물을
   새들의 하늘이라고 말하지 않을게요
   유리에 반사된 풀숲에 안겨
   죽음을 맛보았다 할까요
   새들은 페루에서 죽지 않아요
   어리석음을 완성한
   당신의 품안에 풀썩,
   가랑비 톤으로 노래해요
   전 지구적으로

 

 

 

 

 

   트램폴린 산책

 

 

 

 

   어둠의 일부가 될 때까지 방방을 타고 누운 밤이다 고양이 신발을 신은 지붕이 야음을 일으켜 세운다 눈을 감자 아이를 태운 노을은 능선에 퍼지는 새들의 소리를 따라간다 아이는 뛰어오를 때마다 몸을 허물어 타오른다 식탁이 날아가고 책가방이 날아간다 반지하에서 자란 우울이 눈 녹인 꽃처럼 터져 나간다

 

   엄마 어딨어 무성음으로 흩어지는 말을 몰고 어금니 깨문 말을 몰아 바람은 공중에 흩뿌린다 공기는 부풀어 열기구처럼 부풀어 빛과 어둠의 집열등으로 아이는 빛난다 신부님 닮은 나무처럼 환히 하늘의 귀띔을 흘리고 손짓으로 품을 연다 한쪽으로 비켜선 고양이 묽은 눈이 아이를 만진다 작업복 쇳가루 털린 내 눈알이 통증처럼 붉다

 

   해넘이 쪽 눈썹달은 헌 달이다 노을이 반사한 얼굴이 높이 떠오른다 둥글게 웅크린 등은 응축의 하루 홀로 굽어진 억양이 진창으로 쏟아져 내린다 아이의 탄성에 휘어진 방방은 탄력을 받아 중력 밖으로 내몰린 엄마의 종종골목으로 기운다 하얀 목련이 붉어진 주먹으로 골목길을 밝힌다

 

   세상에서 가장 긴 아이의 그림자에 깃든다 나는 색깔 있는 그림자의 내용물이다 아이의 지치지 않는 기다림의 행성에 편승한 습한 몸이다 얼룩진 지상을 뛰어올라 손가락을 가져간 쇳날의 흔적을 방사한다 지붕 위를 날아 도시를 산책하는 그림으로 갈아탄다* 아이의 깃발처럼 들린 사내가 성운의 꼬리처럼 날아간다

 

 

   * 샤갈의 그림에서 차용.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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