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난청이다 외 1편


   이해존

 

   이곳은 난청이다

 

 

 

 

 

   제기동 134-6번지는 난청 지역이다 내 키만 한 곳에 창을 단 골목을 지나 주인집 대문을 열면, 또 다른 골목으로 창을 낸 내 방으로 통한다 사방 처마가 전깃줄을 끌어내려 밑동을 땅에 묻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전봇대, 그 어지러운 전깃줄의 수혈이 아니고는 이곳은 난청이다

 

   큰 소리로 오는 추위가 아니면 꿈쩍 않는 난방 온도는 가는귀먹은 주인집 할머니 방에서 맞춰진다 언제나 보일러 온기는 이곳 사람들의 체온을 밑돈다 말도 아끼는 주인집 할머니, 아침저녁 큰 소리로 기도드리고 밤새 마른기침 토해낸다

 

  오늘 밤 고양이는 처마를 맞댄 집들의 지붕을 지나다 내 머리 위에서 도망가나 보다 읽히지 않는 책, 몇 번을 헛짚다 머리맡에 놓는다 누군가의 안부를 떠올렸다 지운다 깡마른 안테나처럼 방 안에 누워 스스로를 수신하며 뒤척인다 이곳에 닿기 전 밤하늘에 묻혔을 안부들이 흐린 별빛으로 떠돈다

 

 

 

 

 

   경건한 식사

 

 

 

 

   식탁과 티비가 시선을 주고받네요 밥을 넘기고 고개를 돌리고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나도 가끔씩 조잘거리고, 늦은 저녁밥을 먹어요 비스듬히 티비를 보고 벽을 보아요 골똘히 얼룩을 바라보면 얼굴과 닮았다는 생각, 모든 얼룩에서 얼굴을 찾아요 오늘은 이목구비가 깊어져 표정을 짓네요 숟가락이 내 몸을 다 떠낼 때까지 티비를 켜요 관객이 웃고 미혼모가 울고 툰드라의 순록이 뛰어다니고, 이야기가 밥알처럼 흘러내려요 지금은 사실과 농담이 필요한 식사 시간이에요 식탁에 앉아 티비와 인사해요 세상으로부터 허구가 되어 가는 아주 경건한 식사 시간이에요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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