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외 1편


   정와연
 

   천막

 

 

 

 

 

   푸른 천막을 펼쳐 놓은 듯한 크기의 저수지가 있었다. 가물치들은 물의 끈을 잡아당겨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고정하고 있었다. 농사철이면 그 끈을 풀어 지느러미 쪽으로 졸졸 흘려보냈다. 가뭄이 들어 천막이 날아갈 뻔했을 때도 낮은 물길을 물고 있는 가물치들의 이빨이 있었다. 등짝이 보일 듯 부글거리며 날카로운 이빨로 천막을 끝까지 물고 있어 천막은 다시 차올랐다.

 

   가끔 가물치를 잡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마을의 노인들은 천막을 감추고 싶어 했다. 다 잡으면 천막은 날아간다는 이유였지만 천막기스락에는 수십 마리의 가물치들이 여전히 살고 있었다.

 

   가뭄으로 펄펄 끓는 천막, 인근 물의 소문에 늘 흥건히 고여 있던 천막 아래로 국숫발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면, 저수지 표면은 무수히 바늘 끝을 세워 물을 깁곤 했다.

 

   탁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천막 겨울에 흰 눈을 걷어 내 보면 투명하게 바뀐 저수지의 지붕이 보였다. 논의 귀퉁이에 묶여 있는 저 천막의 끈들, 작은 천막 표면에 빽빽하게 갈겨 놓은 흔적은 물고기들의 방명록이다.

 

   지느러미 쪽으로 겨울이 녹으면 가물치들의 몸도 녹기 시작한다. 그때도 천막은 여전히 펼쳐져 있다.

 

 

 

 

 

   두꺼비 필법

 

 

 

 

   웅덩이 하나가 여물어 바글바글하다
   바람의 힘을 빌리지 않는 네 발의 점자들
   봄비를 앞세워 몸 하나 달랑 들고 이사 간다
   어느 문자든 네 발의 온점들이 찍혀 있는 것 같지만
   물갈퀴나 기어오르는 기호가 묻어 있다

 

   방죽에서 산중턱까지 반생이 걸린다
   꼬리까지 떼고 손톱만 한 몸은
   종일 걸어야 겨우 몇 뼘
   새끼두꺼비 어기적어기적 서식지 찾아간다
   수월치 않은 집결은 편도의 방향이 있는 임시 거처
   수십만 마리의 독毒의 내력은 한 방향이다
   봄의 들판에 찍어 놓은 오톨도톨한 저 점자들 오자투성이다
   농수로에 빠져 지워지고
   차바퀴에 쓱쓱 지워지고
   온갖 도형들로 뭉쳐진 몸은 납작한 표면이 된다

 

   점자들이 흩어지고 있는 중이다
   작은 발자국 꾹꾹 찍어 꼬박 나흘이 걸리는 첫나들이
   산 중턱 구석진 곳으로 식자 중인 독의 등판들
   거기서 삼사 년을 머물면서
   불룩한 두꺼비라는 글자가 된다

 

   물에서 살고 물 밖에서 죽는 두꺼비들
   산란에서 깨어난 작은 것들은 제 숫자를 줄여 몸집을 키운다
   몸 안에 함축된 알
   다시 산문으로 풀어 쓰는 어기적거리는 퇴고
   나는 그 문장, 밤을 뒤척이며 듣는다

 

 

   《문장웹진 5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