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손잡이 외 1편


   황은주

 

   계절마다 손잡이

 

 

 

 

 

   모퉁이에 허락을 얻어 지은 집은
   세 면面의 문을 가질 수 있었다
   계절마다 돌려쓰기에는 어색했지만
   문을 열고 닫았을 뿐, 우리는 모퉁이를 닮아 가고 있었다
   귤나무 숲과 사막 사이에는 못이 촘촘히 박혀 있어
   빈둥거리듯 문을 믿었다

 

   분주하게 드나들던 계절들
   창에 앉은 먼지 낀 볕에 쪼여 몸이 가려워지면 부엌에서는 귤나무를 끓였다
   감기가 환절기의 문을 열고 있었고
   등황색으로 익어 가던 서쪽 제일 작은 방 벽지마다
   잔금을 그렸던 키 재기 놀이
   손잡이마다 뭉클했던 작별

 

   사막의 모래 구릉에 숨어 있다 돌아오는 겨울별자리 지도를 지하실 천장에 그려 넣었다
   고래 뱃속으로 사라진 어부 이야기는 흉흉했지만
   마당을 지나 바다로 흘러갔을 뿐
   누구든 집 앞을 걸어 다녔다 그리고는,
   모두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다
  

   전언을 모르는 까마귀들의 무료처럼 빈집은 기울어 간다
   문이 없는 쪽으로 기우는 집
   머리칼이 빠지듯 모서리에서 녹슨 못이 떨어진다
   전선은 아직 집 안으로 흐르고 있는데
   지도를 잃어버린 집, 깜박거리는 절름발이 기억
   바다의 방향에서 기우는 것을 멈출 것 같은

 

   지난 밤 들른 늦봄은 남쪽으로 떠나갔다
   천천히 모퉁이로 기울어 가는 집
   아무도 떠난 적 없었고 아무도 돌아온 적 없었던 한 면面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기와 밑에서는

 

 

 

 

   신화는 진화라는 글을 읽었다

 

   뱀은, 처마 끝까지 떠오른 청동물고기를 동경했다 입 벌려 바람의 우물로 숨을 채우는 공중을 소원했다 공중에 얹힐 기왓장들이 바닥에 차곡하다 기와에 손잡은 이름을 쓴다

 

   버리고 버려도 껍질과 껍질 속 민무늬의 무료한 날들, 뭉쳐진 똬리의 사냥 길이 굳어져 흐릿했다 집을 허물면 비늘처럼 기와만 남을까 오래전 진화에서는 몸을 납작하게, 낱낱의 늑골을 곧게 펴고 나는 법이 있었다 모든 뼈를 추스르며 진화는 습성을 거슬러야 했고 마지막은 태양의 사방을 훔쳐오는 것

 

   물버들나무와 능금나무 사이로 뱀이 날아다닌다 간혹, 길고 꿈틀거리는 진화에는 퇴화의 관계들이 있다

 

   누군가 뱀을 꽂은 쇠꼬챙이를 높이 들고 뛰어간다 아지랑이가 꿈틀대는 공중, 세상에 위로 흐르는 건 연기와 아지랑이뿐이다 수다스런 빗살무늬를 덮고 여름과 겨울을 난다 빨랫줄에 걸린 바짝 마른 옷 냄새가 징그럽다 마파람이 지나는 중인지 한껏 벌어진 뱀의 입, 아지랑이 몰려드는 쪽으로 해오라기가 내려앉고 우리들의 기와 밑에서는 잔뜩 독 오른 뱀의 혀가 남실거린다

 

   뱀에겐 손잡은 혀가 있다

 

 

   《문장웹진 5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