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이치


봄이 오는 이치

 

고봉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는 봄이 목련으로 시작됩니다. 학교에 오랫동안 몸을 담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목련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들을 잘 알고 있죠. 의료원 앞, 대학 본관 앞, 그리고 한의대 앞이 그곳들입니다. 그곳의 목련은 벌써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다른 곳의 목련은 아직입니다. 봄이 절반만 온 것일까요? 주말에 전국적으로 큰 비가 온다고 하니 벌써 걱정이 됩니다. 봄비가 지나가고 나면 그 자리엔 목련이 지저분하게 떨어진 흔적들이 남아 있겠지요. 하지만 목련이 지면 어김없이 벚꽃이 핍니다. 살구꽃이 지면 복사꽃이 피는 이치와 같은 것이겠지요. 학생들에게 봄맞이 소풍을 권하고 싶지만, 벚꽃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치릅니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꽃비를 쳐다보면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는 건 봄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서둘러 시험을 끝내고 꽃구경을 가려고 준비하면 어김없이 한 차례 비가 지나가고, 비가 지나가고 나면 벚꽃은 모두 떨어지고 이른 더위가 시작됩니다. 이 시간의 순환은 비교적 정확해서 때로는 꽃이 피고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봄맞이든 꽃놀이든 적당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생각이 났을 때 실행해야 합니다.

 

   《문장 웹진》 4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4월호 특집에는 최근에 첫 시집을 출간한 시인들의 좌담을 준비했습니다. 매년 한 차례 첫 시집을 출간한 시인들을 모시고 좌담을 개최했는데 올해는 백상웅, 황인찬, 박준, 조혜은 시인을 초청하여 선배 시인인 김근 시인이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시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시집을 둘러싸고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선배 시인과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서 시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손홍규 소설가의 장편 연재 세 번째 이야기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얼마 전 결혼을 했고, 최근에는 선거법 위반 관련으로 언론에 이따금씩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원고를 보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신작시 코너에는 석지연, 김은경, 이정훈, 정지우, 정끝별, 이병국, 홍준희 시인의 신작이, 신작소설 코너에는 천정완, 안보윤, 이수진 작가의 신작소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은 이청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에세이테라스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쿠바 아바나에 체류 중인 김성중 소설가의 에세이 「여러 도시, 친구, 이별을 통과하기」와 조연호 시인의 시론 에세이 「악기(惡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고봉준의 젊은 작가 인터뷰’에서는 진은영 시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미 자정을 훨씬 넘긴 밤입니다. 아직 창밖에선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서둘러 이 글을 끝내고 바깥에 나가 비마중이라도 해야 할 듯합니다. 밤입니다. 그리고 봄입니다.

 

   《문장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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