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외 1편


박경희

 

봄날

 

 

 

 

미산면 곰재 넘어가는 버스 안, 기둥을 지팡이 삼아 신문지 깔고 앉은 할매가 쿨럭쿨럭 존다 볕이 하도 따뜻해서 전날 나물 캐 장에 내다판 것이 전대에 가득한지 무슨 보물단지 감춘 것도 아니고 내준 자리 마다하고 젖가슴과 배가 딱 붙게끔 버스 바닥에 앉았다 잠시 멈춘 버스에 봄도 따라 들어오고 어라, 안 죽으니까 만나네 냉큼 다가온 파마 할매, 자리 냅두고 바닥에 앉았느냐고 한동안 얼굴 보기 어렵더니 오째 살아 계셨다고 겨울 잘 넘기셨으니 오래 사시겠다고 얼굴이 부어터졌는데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사십 넘은 아들은 장가를 보냈느냐고 안 보냈으면 베트남 처자라도 알아보라고 시부렁시부렁 고갯길 넘어간다 그저 젖가슴에 묻어 둔 전대 생각에 파마 할매 지랄을 하는지 뭐를 하는지 도통 생각 없는 날이다

 

 

 

 

먼 산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사나흘 밥도 안 먹고
먼 산만 바라보는 개
십 년 한솥밥이면 어슬녘 노을도 쓸어 준다
고개 묻고 시무룩한 모습이 안쓰러워
내 생일에도 끓여 주지 않던 소고기국을 끓여
밥그릇에 넣어 준 어머니도 먼 산이다
갈비뼈 휑하니 바람이 들락거리는
어머니와 개는 한솥밥이다
저물녘 강에 노을빛이다
같이 갈 수 없는 공중의 집이
먼 산에 걸쳐 있다
개장수에게 보내지 못한다고
가면 바로 가마솥으로 간다고
아버지가 아끼던 개라고
서로 마주 보다가 한숨으로 날리는
먼 산이다

 

《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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