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고봉준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저는 지금 두 곡의 노래를 번갈아 듣고 있습니다. 조금은 오래된 노래들, 송창식의 〈밤눈〉과 10㎝의 〈눈이 오네〉가 그것들입니다. 송창식의 노래는 울림이 큰 애절함이 강점이고, 10㎝의 노래는 어쿠스틱한 음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간결함과 세련됨이 돋보입니다. 굳이 제 취향을 말하라고 하신다면 송창식에 좀 더 가까울 듯합니다. ‘눈’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래 전 어느 시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잠시 할까 합니다. 그 시인이 대학 때 방학이면 항상 고향집에 내려가 다락방에서 긴 밤 내내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요란한 빗자루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이웃집 노인이 새벽같이 일어나 간밤에 내린 눈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눈이 빙판으로 변하기 전에 길을 내려는 배려의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여기까지는 익숙한 시골 풍경이라고 쉽게 듣고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웃집 노인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던 것 왜였을까요? 노인은 눈을 눈으로 보는 대신 귀로 들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송창식의 노래에선 ‘눈’이 ‘소리’로, 10㎝의 노래에선 ‘풍경’으로 표현됩니다. 아마도 그 시인에게 제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핵심은 진정한 시란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정도였을 것입니다. 평생을 도시에 살면서 과연 ‘눈 내리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까요?

 

   《문장 웹진》 혁신호 그 두 번째가 발간되었습니다. 달라진 표지와 시스템의 변화가 한 눈에 보이시나요? 아직은 조금 낯설게 느껴져 마치 남의 집에 잘못 들어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조만간 익숙해지리라 믿습니다. 2월호의 특집은 ‘십년감수’입니다. 2000~2010년에 출간된 시집․소설집에서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덜 주목받은 작품들을 선정해보았습니다. 많은 비용과 선정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손홍규 소설가의 장편 연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사람의, 기억의 흔적을 찾으려는 작가의 의지는 19세기 폐허에 잠겨버린 20세기의 파리에서 19세기의 흔적을 찾고 있는 벤야민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한국문학사에 21세기 초반에 쓰인 ‘서울’에 관한 박물지로 기록될 작품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내심 기대해 봅니다. 신작시 코너에선 류인서, 송유미, 오태환, 박홍점, 박일환, 김참, 이승희, 신정민, 강신애 시인의 신작을, 신작소설 코너에선 심아진, 김연경 작가의 신작소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에세이테라스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쿠바 아바나에 체류 중인 김성중 소설가의 〈쿠바와 남미의 나날들〉 다섯 번째 이야기와 현대예술에 관한 강수미 교수의 산문을 준비했습니다. 강수미 교수의 에세이는 이번 호를 끝으로 종료됩니다. 다음 달부터는 조연호 시인의 ‘시론’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두 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글을 업데이트 될 즈음이면 설을 목전에 두고 있겠지요? 같은 인사를 일 년에 두 번씩 해야 하는 이 황망한 기쁨(?)은 언제쯤 끝날까요? 2월에 맞는 늦은 새해입니다. 모든 분들이 다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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