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를 기획하며

‘십년감수’를 기획하며

 

고봉준

 

 

 

 

 

   ‘십년감수’는 마치 농담처럼 시작된 기획입니다. 2012년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문학에 의미 있는 기획을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새로운 세기의 첫 십 년(소위 2000년대)을 ‘정리’해 보자는 데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문제는 ‘정리’의 방식이었습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매해의 베스트셀러나 문학상 수상작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이겠지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베스트’에 대한 뒤늦은 추인작업이 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편집위원들과 문장 웹진의 실제 운영자는 조금은 엉뚱한 기획에 합의했습니다. 일명 ‘십년감수’ 프로젝트. 2000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시집, 소설집 중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못 받았거나 덜 받은 작품을 찾아서 소개하는 것으로 지난 10년의 한국문학을 ‘정리’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리’ 작업을 최근 등단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평론가들과 함께 한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배 문인들의 작품을 후배 평론가들이 읽고 정리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 라고 판단했습니다.

 

   8명의 선정위원이 결정되고 시와 소설에 각각 네 사람이 배정되었습니다. 시 분야의 선정과정은 이러했습니다. 네 사람의 평론가가 주요 출판사에서 발간된 시집들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일정 기간 동안 숙독하고 각자 7~8권의 시집을 추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출판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를 했으나 ‘출간된 모든 시집’이라는 이상적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범위의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단, 추천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성실성을 잃지 말자는 다짐만 나누었습니다. 그 기준은 〈좋은 시집이나 비교적 덜 알려진 것〉을 선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서른 권의 시집이 결정되었고, 해당 시집을 추천한 사람이 다시 그 시집에서 1편의 시를 추천하는 것으로 선정과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각 작품의 말미에 간략한 개인적 느낌 정도를 추기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서른 편의 작품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 해설이나 비평을 포함시켜서 기획을 심각한 방향으로 만들지는 말자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출판사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별로 적절하게 배분함으로써 처음의 약속을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을 선정하는 과정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소설 분야는 지난 십 년 동안 발표된 단편들 가운데 스무 편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두 번의 회의와 몇 차례의 서신 교환을 거쳐 선정 기준을 세웠습니다. 상대적이지만 시인은 많고 소설가는 적습니다. 시집은 많고 소설집은 적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시 분야의 선정위원들이 비교적 주목을 덜 받은 시인과 시집을 강조하려 했다면, 소설 분야의 선정위원들은 200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의 리스트를 먼저 결정하고 그들의 작품 중 덜 알려진 작품을 선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한 듯합니다. 소설 분야의 한 선정위원은 이렇게 결정된 작품들을 ‘침묵 속에서 광채를 발하는 작품들’이라고 평가하더군요. 이 작품들과 더불어 여러분의 2013년이 아름답게 시작되기를 바랐지만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한 가지 밝혀두고 싶습니다. 이 기획은 그다지 심각한 것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선별하는 심사과정도 아닙니다. 다만 문장 웹진의 방식으로 지난 10년을 ‘정리’한 것일 뿐이며, 이 결과가 여러분의 생각과 일치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흥미로운 기획의 하나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 목록〉

 

   — 고영민, 비가 눈으로 바뀔 때, 악어, 실천문학사, 2005
   — 김경후, 돌들의 풍경,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 민음사, 2001
   — 김록, 낙엽의 독설, 총체성,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 김민, 발자국,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2007
   — 김병호, 흙 속의 다음날,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랜덤하우스중앙, 2006
   — 김사이, 사랑은 어디에서 우는가,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 2008
   — 김성규,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작과비평사, 2008
   — 김신용, 환상통, 환상통, 천년의 시작, 2005
   — 김중, 겨울비, 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 문학과지성사, 2002
   — 박상우, 化生, 이미 망한 生, 문학판, 2007
   — 송경동, 철야, 꿀잠, 삶이보이는창, 2006
   — 신기섭, 할아버지가 그린 벽화 속의 풍경들, 분홍색 흐느낌, 문학동네, 2006
   — 신영배, 정오, 기억이동장치, 문학판, 2006
   — 신혜정, 라면의 정치학, 라면의 정치학, 북인, 2009
   — 연왕모, 내겐 너무 큰 냉장고, 비탈의 사과, 문학과지성사, 2010
   — 윤성학, 당랑권 전성시대, 당랑권 전성시대, 창작과비평사, 2006
   — 이경림, 덤프트럭은 어디로 질주하는가, 상자들, 랜덤하우스중앙, 2005
   — 이기성, 手, 불쑥 내민 손, 문학과지성사, 2004
   — 이성미, 비,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 이순현, 나무〈와〉사람, 내 몸이 유적이다, 문학동네, 2002
   — 이승희, 사랑은,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작과비평사, 2006
   — 이준규, 이글거리는, 흑백, 문학과지성사, 2006
   — 정영, 찬미들, 안녕, 평일의 고해, 창작과비평사, 2006
   — 조용미,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른다, 창작과비평사, 2000
   — 천수호, 저수지 속으로 난 길, 아주 붉은 현기증, 민음사, 2009
   — 최규승, 무중력 스웨터, 무중력 스웨터, 천년의 시작, 2006
   — 최치언, 매장된 아이,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문학과지성사, 2010
   — 함기석, 코코, 뽈랑 공원,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 황인숙, 손대지 마시오, 리스본행 야간열차, 문학과지성사, 2007
   — 황학주, 북 치는 인형, 저녁의 연인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소설 목록〉

 

   — 강영숙, 자이언트의 시대,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문학동네, 2009

   — 권여선, 가을이 오면, 분홍 리본의 시절, 창비, 2007
   — 김경욱,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위험한 독서, 문학동네, 2008

   — 김미월, 너클, 서울 동굴 가이드, 문학과지성사, 2007

   — 김숨, 손님들, 침대, 문학과지성사, 2007
   — 김중혁, 유리방패,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 김태용, 차라리, 사랑, 풀밭 위의 돼지, 문학과지성사, 2007
   — 명지현, 충천, 이로니, 이디시, 문학동네, 2009

   — 박성원, 인타라망,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우리는 달려간다, 문학과지성사, 2005

   — 박형서, 날개, 자정의 픽션, 문학과지성사, 2006

   — 배수아, 마짠 방향으로, 훌, 문학동네, 2006

   — 백가흠, 매일 기다려, 조대리의 트렁크, 창비, 2007

   — 윤성희, 구멍, 감기, 창비, 2007

   — 윤이형, 절규, 셋을 위한 왈츠, 문학과지성사, 2007

   — 이기호, 나쁜 소설,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지, 문학과지성사, 2006

   — 이장욱, 동경소년, 고백의 제,왕 창비, 2010

   — 전성태, 아기들도 돈이 필요하다, 늑대, 창비, 2009
   — 정영문, 브라운 부인, 목신의 어떤 오후, 문학동네, 2008

   — 한강,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00
   — 황정은, 소년, 7시 32분 코끼리 열차, 문학동네, 2008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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