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너머의 안부

안부 너머의 안부

 

편혜영

 

 

 

 

   이번 신년은 유독 차분하게 맞이하게 됩니다. 지난 연말의 선거 여파인 듯도 하고 나이 탓인 듯도 합니다. 시간의 구획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허방 같은 삶의 여러 순간들을 무심히 쳐다볼 수 있는 게 늙음의 과정이라면, 어쩐지 그것은 우울과도 일부 닮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얼마 전 출간된 『가짜 우울』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에릭 메이젤은 우리는 ‘불행을 느낄 자유까지’ 포함해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원치 않는 삶의 모든 측면을 비정상적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불행과 박탈감 중 일부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것들을 건강하게 직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모쪼록 신년이니까 말입니다. 《문장웹진》의 독자 여러분께도 신년 안부 인사를 드립니다. 한 작가가 쓴 문장처럼, 말로 하지 못한 안부 너머의 안부까지, 모두 안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5년 6월 창간한 이래 결호 없이 발간되어 문학에 대한 애정의 등을 조용하고도 꾸준히 밝혀 온 《문장웹진》이 올 1월 10일, 대대적인 혁신호를 발간합니다.

   시스템 구축 방식을 변화하면서 시각적으로 이전의 〈문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장〉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새로워진 〈문장〉, 보다 산뜻해진 〈문장〉, 웹진 형식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문장〉,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나아갈 〈문장〉과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년호는 두 개의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문장〉의 혁신호 발간에 맞추어 각계각층에 계신 분들께 “문장에 바란다”라는 직언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혁신호를 맞아 준비한 기획으로 이번 호에 이어 다음 호에도 릴레이 형식으로 계속해서 의견을 들을 예정입니다. 여러 분들이 남겨 주신 의견은 앞으로 〈문장〉의 나아갈 바를 짐작하고 틀을 잡는 일에 귀하게 쓰일 것입니다.

   〈문장〉의 필자로 참여한 바 있는 시인, 소설가 분들은 물론이고, 일러스트레이터, 〈문장〉의 청소년 글마당인 〈글틴〉에서 활동하던 분들, 북콘서트를 함께 만들었던 분, 웹진 팀이 흔히 계열사라고 말하는 〈문장의 소리〉를 만들었던 분 등 다양한 분들이 〈문장〉에 여러 당부를 담아 주셨습니다. 목소리는 모두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소망은 공히 “<문장>이 문학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케 하는 창구가 되어 달라”는 것인 듯합니다. 여러분의 소망대로, 〈문장〉은 계파와 문단 내외부의 풍문에 상관없이, 오롯이 문학을 담는 ‘틀 없는’ 그릇으로 남겠습니다.

   작년 한 해 발간된 도서를 대상으로 시인, 소설가 분들이 〈내가 읽은 2012년의 책〉을 뽑아 주셨습니다. 김도언, 해이수, 채현선, 한유주, 전석순, 서유미 등 여섯 분의 소설가와 신동옥 시인께서 지난 해의 도서 중 마음에 많은 결을 남긴 작품들을 각기 골라 주셨습니다.

   창작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풍성합니다. 김영승, 김병호, 김성수, 김희업, 안희연, 이윤설, 김선재 시인이 보내 준 신작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김종광, 심재천, 심상대 소설가가 보내 준 세 편의 작품은 각각의 개성이 어우러져 새삼 소설이란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쿠바 아바나로 날아간 김성중 소설가의 두 번째 정착기를 실었습니다. 김치와 깻잎을 물에 ‘빨아’ 먹어야 하는 아바나의 생활이 불편하기보다는 꼭 한 번 겪어 보고 싶은 낭만으로 느껴지는 걸 보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불편’인 게 분명합니다. 김성중 소설가의 다음 번 에세이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다시, 새해입니다. 건강하고, 기쁜 한 해 보내십시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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