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향기 날릴 때 외 3편

   권순자

 

   사과꽃향기 날릴 때

 

 

 

   무르익은 봄빛이 왔네
   봄빛 따라 고양이 만나러 갔네
   누가 버린 건지
   잃은 건지
   보호센터에서 마주한 고양이
   겁이 묻어 있었네

   야생은 오래전에 탈색되었나
   쭈뼛쭈뼛 새 주인을 따라
   사과꽃향기 가로질러 작은 집에 왔네
   겁이 나서 우는 것도 잊어버렸나
   사랑을 잃어버려서 자꾸 쭈뼛거리나
   수척한 몸에서 털이 자주 빠지네

 

   사과꽃향기 진해지면
   고양이 눈망울 붉어질까
   잃어버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길 떠나버린 꽃잎들
   허공에서 뱅뱅 돌다 다시 올까

 

   봄은 아린 고양이 눈에 머물다가
   꽃무늬 치마폭에 사과꽃씨 심는지
   젖은 바람과 펄럭이네
  

 

 

 

 

   갈치 낚시

 

 

 

   그물에 달빛이 걸렸다
   재빨리 그물을 올려라
   외마디 소리 지르는 바람
   외면하던 별들이 쏟아져 그물에 매달린다
   그물은 힘이 세다
   자주 밀어낸 상처도 건져 올린다
   건져 올린 달빛이 파닥파닥
   편들던 별빛도 파닥파닥
   허구렁에 갇혀 요동칠 때

 

   수없이 떨어지는 비늘,
   시간이라고 명명한다
   입술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고
   눈은 멀어진 지 오래다

 

   떨리는 은빛들이 물고기였다는 사실

 

   달빛은 자유를 찾아 날뛰지만
   달빛을 은폐한 사각어항은
   출구가 하늘로 열렸다
   불안한 요동이 잠들고 하늘이 열리고
   현상이 사라지고 모오든 그림자도 사라지고,

 

 

 

 

 

   바람의 혀

 

 

 

   불안한 소리들이 달려온다
   나무들의 몸부림이 소란하다

 

   흔들리며 휘어지는 것들의 아우성
   무성한 잎들이 후드득

 

   바람의 혀는 날카롭고 빠르다

 

   바람의 거친 발소리에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가여운 몸들

 

   쓰라린 후회는 아픈 유산이다
   가슴에 박힌 가시
   하얗게 말라 가는 잔가지들
   흩어져 날리는 이파리들의 신음

 

   키워 준 것들을 하나씩 잃어 가는 건
   가슴에 허공을 하나씩 키워 가는 일

 

   그러나 나무의 어깨는 단단하다
   흔들리더라도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바람의 혀가 나른한 유혹을 뿌린다 해도
   말발굽처럼 굽이치며 후려친다 해도
   진실은 어둠에 매몰되지 않는 힘을 지녔으므로
   매서운 갈퀴에 아물지 못하는 상처는
   정신을 깨우는 쓰리고 쓰린 약이므로.

 

 

 

 

 

   발칙한 사막

 

 

 

   사막이 데모 중이다
   제 몸 다 일으켜
   돌진 중

 

   짐승들 눈에 최루가루를 쏘고 있다
   꿈 따위는 쓸데없는 거라며
   흙바람을 장막처럼 쏟아낸다
   소란한 말발굽소리
   당신의 계략을 무산시키는 것이
   나의 지상 목표

 

   바람은 사막의 주술을
   허공으로 불러들이고
   구름을 뜯어내고,
   벌겋게 파헤치는 슬픔의 날이 퍼렇다

 

   가슴 속에 지칠 줄 모르는 나락이 입을 벌린다
   노래하는 자여
   강렬한 모국어를 울려라

 

   감시자는 고독한 소리를 듣는다
   영원히 지칠 줄 모르는 불모의 땅에
   잉태하는 사랑은 그대로 균열되었다

 

   심장 박동이 울리기도 전에
  
강철 같은 바람이 벌거벗은 상처를 할퀴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날뛰던 꿈은 부스러지고
   낯선 길 사방으로
   붉게 휘청거리는 욕망을 노을이 허공으로 퍼날랐다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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