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허지 외 1편

  오태환

 

  유허지

   ― 백담시편·17

 

 

 

   아침꽃 하 수상히 내린 자리도 바람 부는 저녁이 되니까 그저 바람 부는 유허지(遺墟址)뿐이네

 

 

 

 

  모래언덕

   ― 백담시편·18

 

 

 

   흰개미 한 마리가 터럭이 빼곡한 낙타 발목에 붙어 젖심까지 쓰고 있었다 그 곁을 모래언덕처럼 생긴 관음상이 모래언덕처럼 생긴 낮달을 데리고 지나갔다 뒤를 나란히 앉은뱅이 삐끼와 안경잡이 포주와 망태기버섯이 따랐다 목판 시집(詩集)은 도착하기 아직 일렀고 덩달아 알뿌리의 히아신스는 푸른 넥타이를 질끈 조여 맸다 황태 두 축과 갑오징어 세 축도 바짝 따랐다 선재동자는 옥춘당(玉春糖)을 빨며 따랐고 늙은 앵벌이는 결명차를 홀짝이며 따랐다 나귀같이 삼층 돌탑을 등에 태운 옻칠 탁자가 다리 한 짝이 부러진 채 또 그 뒤를 비틀비틀 따랐다 마침 생리 전이라 산국(山菊)의 팬티에 잠깐 이슬이 비쳤다 사실은 관음상과 낮달을 빼고는 모두 모래언덕처럼 생겼다

 

   흰개미 한 마리가 터럭이 빼곡한 낙타 발목에 붙어 젖심까지 쓰고 있었다 그 곁을 모래언덕처럼 생긴 관음상이 모래언덕처럼 생긴 낮달을 데리고 지나갔다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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