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
125…*
흰 파도와 검은 바위와의 절단된 교감
사막에서의 이슬 찾기
목구멍을 치솟는 낙타가시풀 이름
길 위에서 잠들지 못했다 잠들면 길을 잃었다 길은 잠이 없었다
잠은 꿈이 없었다 잠들면 눈이 내려 마을을 지우고 발자국 없이
그는 길 끝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자유 찾아
예까지 왔다 했다
망망대해 같은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서 그는 그 잔잔한 물결 위에
쉬지도 못했다 한시도 현을 놓아버리지 못했다 낙인보다 아픈
수인 번호를 가져야 했다 마른 목을 적시는 소주 한 방울의 달콤함
에 취해 점점 그는 문둥이도 아닌데 눈썹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아니 생각하면 얼굴이 없었다
어느 날 깨끗하게 방을 비우고 사라지고 없었다 결코 모나지도 않는데
왠지 정이 가지 않아 무심했던 남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여태껏
소식 한 장 없는 아랫방 세 들어 살던 그 사람…….
지금 어느 사막쯤 ?
* 새터민 주민등록 뒷자리는 125로 시작된다.
다시 생각못
어떤 생각은 굵고 어떤 생각은 짧고 또 어떤 생각은 사지에 못을 박는다
질퍽한 땅의 심장을 움켜쥐고 회화나무는 제 검은 그림자 뒹구는 장의자(長椅子)를 지키고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느끼고 있으면 나무의 굵은 주름살이 내 얼굴에서 주르르 흘러내린다 관 뚜껑에 못을 박아야 할 나이에 와서야 나는 비로소 안다 내 생애의 전체가 한 걸음도 떼지 못한 한 그루 생각나무였음을 …
목수 아버지 지그재그로 흩어지는 나사들을 주워 비걱대는 의자에 못을 박는다
{얘야 가끔씩 생각을 놓아버려라 그럼 넌 바람도 되고 새가 될 수도 있지…}
어떤 생각은 깊고 어떤 생각은 바닥이 없다
또 어떤 생각은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못!
무엇 하나 제대로 생각한 것들을 실천하지 못한
새털같이 많은 백수의 날들이,
해마다 못들이 늘어나는,
아버지의 손바닥에 탕탕 못질을 한다
《문장웹진 2월호》
125.. 인상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