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무게 외 1편

 

  손의 무게

 

 

 

 

   더는 길어지지 않는 손가락을 가졌다

   막다른 곳에서만 멀쩡한 우리들

   봉투를 뒤집어쓰고 얼굴이라며 즐거워한다

 

   나의 손은 칼이었을 때의 기억을 갖고 있다

   나무나 돌을 쓰다듬으면 그 안에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날카로움과 부끄러움은 자주 혼동되지만

 

   무엇이 더 물감에 가까울까

   죽은 쥐의 꼬리를 밟고 있는 사람과 머리에 꼭 맞는 구멍을 가진 사람

   오후에는 돌을 던져 새의 머릴 맞추는 놀이를 한다

 

   나는 나를 실감할 수 있어 질긴 밤의 자루를 끌며 벽돌을 주워 담는 일

   팔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잘려 나간 가지들에게

   창문과 얼굴을 동시에 허락하기만 한다면

 

   오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어서 단추를 생략해도

   셔츠는 기억한다 바람의 근육이 살갗에 닿았던 순간들

 

   얼굴을 받치고 있던 손의 무게만큼 나는 기울어질 수 있다

   먼 이름과 뒤집힌 신발들이 뒤섞여 온다

   검정이 투명을 입술이 말을 끝끝내 감추더라도

 

 

 

 

 

  하나 그리고 둘

 

 

 

 

   1

 

   휴일이 되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헬멧처럼 내 얼굴을 뒤집어쓰고 내 손목 안으로

   손목을 밀어 넣고 있다

 

 

   2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그는 접시를 닦으며 나에게 맞는 이름을 찾고 있다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죽은 병원

   거품 속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것은

   접시일까 이름일까

 

 

   3

 

   장갑은 손처럼 생겼지만 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없는 손을 장갑 속에서 발견한다면

   나는 얼마나 부끄러워질 것인가

 

   접시와 접시 사이에는 또 다른 접시가 있고

   식탁 위에는 이인분의 음식이 차려져 있지만

 

   나는 내가 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다

 

 

   4

 

   목을 넣었다 빼는 동작에 대하여

   창문은 끝까지 침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을 벗는다

 

   문득 손이 뜨겁다 손끝에서 이름이 돋아날 것 같다

 

 

   * 프레베르 「메시지」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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