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의 기원 외 1편

 

  겨울 숲의 기원

 

 

 

 

   이 눈이 그치면 숲으로 갈래요 이왕이면 꿈밖에 남지 않은 노파의 눈빛으로 반짝이는 입김이 이끄는 오래된 길을 따라 먼 곳의 사람들만 등장하는 문장을 외우며 반복해서 외우며 외운 것을 잊기 위해 다시 외우며 때로

 

   익사한 새들의 미래를 위해

   통각이 없는 짐승들의 오늘을 향해

 

   행복을 빌지 않는다 안녕을 바라지 않는다 마음에 없는 말들 마음을 잃은 기원들 기원을 몰라도 아프지 않아요 우리는 한결같이 모르는 우리들을 닮은 사람들 비행운 같은 생을 따라 유리창에 안부를 썼다 지우는 사람들 얼음 결정을 두 손에 쥐고 바람에 언 볼을 대고 걷는 사람들 그러나

 

   눈이 내릴 때

   눈이 발등을 덮을 때

 

   뜨거운 계절을 통과한 자의 이마는 빛나네 갓 태어난 눈처럼 울면서 빛나네 먼 길을 걸어온 너의 젖은 얼굴을 어루만질 때 숨을 멈춘 세계는 쓸쓸해 우리는 하얗고 차가운 허공에 손을 담그고 심장에서 먼 노래를 듣는다 감각을 넘어선 말들이 날아다닌다 손가락 끝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이따금

 

   반짝이는 것은

   내 눈 속의 숲인가

   네 눈 속의 눈인가

 

   이 눈길을 걸어 숲으로 갈래요 이왕이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누운 짐승의 표정으로 빈 가지 사이에서 얼어터진 겨울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나무의 긴 잠처럼 숨소리도 없이 지나온 발자국이 사라질 때까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밤의 무덤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얻을 때까지 나는 나의

 

   행복을 빌지 않아요

   안녕을 바라지 않아요

 

 

 

 

 

  중얼거리는 나무

 

 

 

 

   때로 없는 것을 두 번씩 발음하는 버릇이 있다. 등대 등대. 들판에서, 바람들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들판에서. 오래 중얼거린 단어들이 입안에서 닳는다. 혀끝에서 닳아, 닳고 녹아 사라진다. 사라진 이름의 얼굴을 떠올리듯 나는 두 번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네가 바라보는 곳은 소실점 너머 어딘가. 너는 이곳에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다 눈동자를 잃은 사람. 그러니까 아무것도 보지 않고 어디로든 가려는 사람. 어떤 예감은 가정법의 서체를 가진다. 어쩌면, 불면의 미래를 견딘다면, 다시 만날 거예요, 한 번은 만날 거예요. 희망 없이, 희망 없이도. 나는 두 번씩 다짐하는 습관이 있다. 그건 의미를 흐리는 어법. 어순이 필요 없는 중얼거림처럼 나를 견디게 하는 어법. 다시 실오라기처럼 흔들리는 등을 향해 두 번 묻고 두 번 읽는다. 검은 숲의 행간 너머 간극 너머 극한 쪽을 향한 네 뒤에서. 죄 없이 고개를 숙인 네 뒤에서 발음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주머니에 숨기고 나는 중얼거린다. 등불 등불. 그건 슬픔이 부르는 바람 같은 것. 고독한 자의 방언 같은 것.

 

   다시 어떻게든 어디선가 또 기어이

 

   나는 중얼거린다. 중얼거리며 부푼다. 검은 산들이 가린 지평선이 불타는 동안 나를 지나가던 문장들. 단추가 사라진 코트처럼 펄럭거리며 차가운 들판 너머 가계를 잃어버린 나무의 꿈속까지. 죄 없는 새들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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