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외 1편

 

  정류장

 

 

 

 

   사람들은 꽁초를 던져 주었습니다

   오랑우탄은 골초가 되었습니다

   동물원은 방생을 결정했습니다

 

   밀림은 사라졌고

   무리는 놓쳤고

 

   한참을 늙어 가야 할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뒷모습은 우주의 바깥처럼 고단합니다

   바람은 함부로 밟은 금처럼 차갑습니다

 

   어제는 경이롭고

   내일은 뼈아프고

 

   아직 거슬러 받지 못한 것이라도 있는 듯

   닳아 없어진 표정이 닮아 있습니다

   사내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월

 

 

 

 

   욕실 한켠에서 엉덩이를 맞대고

   아이와 운동화를 빱니다

 

   이제 일곱 살인 아이는

   난생처음 해보는 일들 태산이어서

   싱글벙글인데

   마흔이 다 돼버린 나는

   사는 일이 밀린 숙제 같아

   그저 시무룩하기만 합니다

 

   진자리를 기억해, 새삼

   꽃을 매다는 일이나

   명주실 친친 감은 엄지손가락을 따

   체기를 가라앉히는 일이나

   심드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늦은 겨울과 이른 봄이 마주보는 한나절

 

   쪽창문에 운동화 두 켤레를 내놓습니다

   수백의 연분홍 맨발들이 출렁입니다

   목마를 탄 아이는 운동화가 빨리 마르라며

   연신 제 숨을 보탭니다

   겨울이 풀리는 지하방도 움찔, 봄을 더듬습니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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