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형 눈 감으면 외 1편

 

  엄마 인형 눈 감으면

 

 

 

 

   눕히면 눈 감는 서양인형,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하다가 에디슨이 만들었다죠 말하려는 건 에디슨이 아니라 엄마예요 엄마는 눕혀도 눈 감지 않으셨죠 에이 고집을 버리세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아요 숨이 멎고도 눈 감지 않으신 엄마, 눈꺼풀 쓸어내려도 반짝 눈 뜨는 인형처럼 엄마는 다시 멀뚱 보셨어요 아 깜짝, 그렇군요 언제 엄마에게 인격이 있었나요 엄마는 인형이었어요 우리들이 차례로 가지고 논, 그렇다면 엄만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누가 누구에게 준 선물이었을까요

 

 

 

 

 

  락스 한 방울

 

 

 

 

   꽃꽂이 하는 친구가 말해 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안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이리 강력한가 락스 한 방울이라, 그 한 방울 지나가면 묵은때가 거짓처럼 벗겨지고 오래 낀 잡념도 깨끗이 씻기곤 한 탓일까 혁명처럼 균등하게 말끔해진 자세들, 그런데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가 사기 치는 냄새가 난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 준 당근들, 락스 한 방울 떨어뜨려 당신의 진심을 연장하는 동안 꽃병 속 물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 당신에게는 그러지 않기로 한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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