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은하를 건널 수 있으려나? 외 1편

 

  꿈의 은하를 건널 수 있으려나?

 

 

 

 

   번개탄에 겨우 불을 붙였다

   연탄보일러 어두운 구멍 속에서 시퍼런 번개가 번쩍거린다 여러 날 비운 냉방이 데워지려면 족히 대여섯 시간은 걸릴 것이다

 

   연탄보일러 한 구멍은 불이 활활 붙고 또 한 구멍은 불이 붙다가 꺼져버렸다 다시 번개탄에 불을 붙이는데 괜히 눈물이 번진다

   삶은 제 몫의 고통을 다 받고 가는 거, 라는 생각이 새삼 욱신거리는 며칠, 오랜만에 가장 노릇하러 집으로 스며들었다.

 

   온난화로 여름엔 만년빙하가 녹는다는, 저 북극만큼이나 추운 겨울, 털 달린 짐승이 부러운 건 또 처음이다

   문도 없는 허름한 집에서 혹한을 견디는 청삽사리, 오랜만이라 반가운지 나를 바라보며 계속 꼬리를 흔든다 어느 달 밝은 밤

   외로움에 사무쳐 청삽사리에게 낭송해 준 시가 놈의 뱃가죽을 두둑이 늘려 주었을까

 

   그러고 보니, 올 겨울엔 저 폭설의 뒷산에 갇힌 고라니며 산토끼 너구리들에게 구호미 한 번 뿌려 주지 못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늘 빠듯한지……

 

   겨우 불이 붙어 덥혀지고 있는 방에서 오늘밤, 식구들과 함께 누워 꿈의 은하를 건널 수 있으려나? 다행히 다이아몬드가 되지 않은 저 온기의 재료에 극진한 경배를 바치면서!

 

 

 

 

 

  아, 된장 뜨러 왔지

 

 

 

 

   장독대 옆엔 붉은 목단꽃 피어 화사하다

   꿀벌을 홀리는 향기가 낭자하게 흐르건만

   올해는 이상하게 꿀벌이 없다

   철없이 설쳐대는 인간의 계절에

   자연이 어리둥절해하는 걸지도 몰라

   괜한 걱정 잠시 접어 두고

   목단 때문에 붉어진 돌담 너머 하늘을 본다

   목단나무 옆엔

   뒷산에서 캐다 심은

   너도부추가 흰 꽃망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다

   너도부추?

   흐흐……나도부추!

   작년 가을에 톱으로 베어낼까 말까 하다가

   그냥 둔 돌담 옆의

   가죽나무 둥근 잎들도 피어

   순한 눈길로 나를 내려다본다

   한 그루 하늘이

   한 송이 흙을 이미 용서한 걸까

   장독대 주변을 한참 서성이던 나는

   아, 된장 뜨러 왔지!

   된장 한 숟갈 떠가지고 천천히 돌아선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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