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외 1편

 

  아버지의 죽음

 

 

 

 

   동물원 새끼호랑이들이

   속살 노란 두리안*을 파먹고 있다

 

   후각수용체를 열고, 나는

   채석강 벼랑길을 따라

   그의 호흡을 더딘 걸음처럼 걷게 했다

   더딘 호흡은 탄소량을 높이며 세포를 질식사시켰고

   그것들은 그의 몸 안에서 두리안의 씨앗으로 묻혔다

   두리안은 빠르게 자랐다

   체온을 높이며 시취(屍臭)를 만들며

   늑막은 점점 두리안이 되며 부패되었다

   등이 아프다는 그의 어께를 두드리자

   잘 익은 두리안이 깨지고 냄새가 몸 밖으로 흘러나왔다

   두리안 두리안이다

   늑막에 죽음의 두리안을 매달고

   숨을 멈춘 그의 몸은 무엇이었나

   양수 냄새를 기억한 태아가 젖을 찾아 물듯

   죽음을 눈치 챈 허기진 여우처럼

   나는 그의 늑막 주위를 킁킁거렸다

   그날, 페로몬보다도 더 치명적인 향기를

   내 후각수용체에 숨겼다

 

   두리안 두리안이다

   우리 안의 새끼호랑이들이

   아직도 그 속을 맛있게 파먹고 있다

 

 

  * 지독한 악취를 풍기나 감미롭고 감칠맛 나는 열대 과일.

 

 

 

 

 

  몸 4

   ─ 꿈

 

 

 

 

   너와의 섹스는,

 

   아직 부화하지 못한 기억을 풀어

 

   씻겨 주던 따뜻한 욕조였으니

 

   그렇게 몸에 생긴 공간을,

 

   껍데기를 벗기는 나는

 

   가끔씩 뜨거운 열반에 든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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