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 외 1편

 

   하지불안증후군

 

 

 

 

   핏줄 속을 뛰어다니는 얼굴들

   한쪽 발을 질질 끌며

   발가락을 잘라 내던지며

   전류처럼 몰려다닌다

   이쪽에서 저쪽 구석까지

   발자국을 찍는다, 이제 그만

   주저앉힐 수 없는

   얼굴들이 모자를 쓰고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었다, 석고 붕대 위로

   개미들이 기어다닌다, 회칠한 무덤 위

   캄캄한 비문처럼 뭉쳤다가 흩어진다

   나를 해독하라고

   4분에 한 번씩 나를 깨운다

   잠들지 못한다, 외발로 뛰어다니며

   밤의 난간 너머로 휘파람을 분다

   노래인지 기도인지 비명인지

   모자를 벗어 던진다

   목발을 집어 던진다

   소리들을 싣고 4층에서 뛰어 내린다

   모자 속에서 발가락들이

   건반처럼 쏟아져 나오고

   쓰러진 목발 아래 얼굴들이

   깔려 있다, 깔 깔 깔

   웃고 있다, 반쪽이 죽은 얼굴로

   한쪽 눈을 감았다 뜬다

   4초에 한 번씩

 

 

 

 

 

   스틸

 

 

 

 

   지금 막 입술을 빠져나온

   동그라미 담배연기처럼

   뜨거운 목구멍 문양으로

   쓰라린 목젖 문양으로

 

   흩어지는 연기를

   한 코 한 코 엮어

   태피스트리를 짠 사람이 있다

 

   호시탐탐 달아나는 바람의 코를 꿰어

   벽에 걸어 놓고야 말겠다고

 

   핏빛 노을 번져드는 사막에

   웅크리고 앉아 컵라면을 먹던 사람

   그가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

 

   셀 수 없는 정지화면이

   모여 한 생애가 되고

 

   한 번 멈춰 두고 영원히 잊어버린

   영화의 한 컷처럼 나는

   지직거린다

 

   한 코만 놓치면

   주르륵 풀어져 버리는

   마음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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