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汀川 외 1편

 

   江汀川

 

 

 

 

    사사로운 봄빛 외투 벗은 뜨개 옷 속에 꽃다발처럼 마음처럼 왼발처럼 오른발처럼 툭툭 또각또각 포인 힐 힐 힐 날아와 쌓이는구나

 

   하늘은 가진 서랍 모조리 뒤집고 빈 팔 열어 보이나

   속수무책을 확인하기 위해 연대할 필요는 없지

 

   막강한 바다 옆구리 차고 앉아 종일 공회전 중인 전투경찰 버스 열세 대는

   명명백백

   일사불란

   무지막지

   줄 지어 푸른 마늘밭 샅샅이 더럽히는 중이며 키가 민들레만 한 노파는 거미처럼 멈추더니 다시 걷는 중이며 절대 발기한 브레이커 여덟 대가 바위를 타고 앉아 살해 중이며

 

   아, 수레 세 대만 모여 움직여도 轟이라고 하지 않니

 

   굉굉굉 드다다다다 별이 튀는 악의 축이 성조기거나 서초동 삼성 본사거나  

   어린 유채꽃 한 포기가 백만 칸데라

   결사적 찬란

 

   7올레를 줄지어 걷는 바람이 빠르게 넘기는 秘書

 

   큰 내에 무쇠 말뚝 박는 장정들이 이곳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네

   힘센 자는 낯이 조급하고 팔이 가는 아이가 희고 부드럽게 춤추네

 

 

 

 

 

   펜스 설치 후

 

 

 

 

   서귀포 바람은 강정에 와서

   예수가 되고 부처가 되고 환삼덩굴이 되고 고개 재끼고 걷는 삼춘*이 된다

 

   설문대할망이 목에 칼을 쓰고 큰딸 구럼비와 죽어진 어린 것들 손잡고

   묻혀 있는 콘크리트 위를 밟지 못한다.

 

   조금 살아남은 바위 틈서리에 대고 할망 말똥게야 층층고랭이야 부르다가

   시멘트 범벅이 되어 펜스를 넘어온다  

 

   우리 집터 어떵하우꽈

   우리 감귤밭 어떵하우꽈

   구럼비 영영 절단이 났수꽈

 

   알고도 묻는 삼춘 앞에 바람은 벌 받는 아이처럼 서 있기도 한다

   예수는 펜스에 발목이 잘렸고 철조망 밑 빠져나온 부처는 피가 식은땀처럼 흐른다

 

 

   그러니 바람은 집집에 매단 노란 깃발도 애달파서 건드리지 못한다

   키 작은 꽃들이 쓰는 편지를 읽는다

   물마농 갯장구채 찔레꽃이 저 본 대로 쓰고 있는 편지를 읽는다

 

   오늘은 폭약 차 막는 처녀들 팔에 경찰이 전기톱을 가동함

   오늘은 물터진개 발파로 서귀포 사람 먹을 물이 죽은 아이들처럼 쏟아짐

   오늘은 기도하는 새가 감옥에 들어가 새벽 없이 아침이 옴

   오늘은 폭낭 삼춘이 목을 맴

   빼앗긴 감귤밭으로 백합 비닐하우스로 키 큰 보리장나무처럼 달려가는 마음을 칭칭 예닐곱 발이나 감추고 있었다 함

 

   태어나지도 않은 전쟁에게 평화의 사지를 잘라 먹이는 사육자들이 누구인가!

 

   맑은 오후의 열 손가락 꺾어지는 비명이 경첩 사이로 흥건한 공사장 정문

   보랏빛 늙은 사제가 나동그라지고 

 

   아무 것도 모르는 서귀포 바람은

   마을 밖으로 날아가는 소문의 귓바퀴에 속히 편지를 묶어 보낼 뿐

   짧은 추신을 덧붙일 뿐

   전경 버스 바퀴에 뭉그러진 유채꽃이 기우뚱 일어섰다는 말

 

 

   * 삼춘 : 제주도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를 삼춘으로 호칭.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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