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물방울로부터 외 1편

 

  밤의 물방울로부터

 

 

 

 

 

   넘어졌다

   가슴에서 물컹한 것을 놓쳤다

   물 한 방울

   한 눈에서, 소녀였을 때와 집을 나오던 때와 달리던 때가

   동시에 넘어졌다

   커지는 물 한 방울

   일어서지 못하고 등을 구부리는 일밖에

   하루의 마지막 남은 걸음을 끌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

   검은 소녀와 집을 나온 여자와 달리는 여자가 동시에 들어왔다

   둥글게 엉켜 잠드는 밤

   물방울 속에서

   등은 하나로 겹쳤다가 세 개로 떨어졌다가

   다시 여러 개로 무늬를 펼쳤다

   조용히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가장 아프게 쥐고 있던 어둠들을 가만히 풀었다

   떨어져 나갔던 마디들이 돌아오기는 하는 밤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바람이 불고

   물방울이 흔들렸다

   등에서 잔잔히 물결이 일었다

   서로의 굽은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둠이 환하게 맺히기도 하는 밤

   13개의 달이 물방울 위에 뜨고

 

   아침, 길 위에서 눈을 뜨다

 

   넘어진 차가운 바닥에서 얼굴을 들었다

   더듬이의 세계로 입은 돌아가 있고

   밤의 물방울로부터 등은 따뜻했다

   가슴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졌다

   물 한 방울

   혹은 13개의 물

   안고

   일어섰다

 

   걸어갔다

 

 

 

 

 

  복도와 헤어지기

 

 

 

 

   꽃병이 기울어지고

   나는 돌아서 걸어 나왔지만

   거기, 가슴이 떨어져 둥둥 떠 있었네

   나는 텅 빈 얼굴을 하고선

   뒤돌아 가슴에게로 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나는 가슴을 놔두고 다시 걸어 나왔네

   긴 복도의 나날

   숨이 멎고 돌아보는 어느 강물처럼

   가슴이 둥둥 거기 떠 있었네

   나는 텅 빈 옆구리를 하고선

   뒤돌아 가슴에게로 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나는 가슴을 놔두고 다시 걸어 나왔네

   뒤돌아 뛰어가는 골반을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뒤로 달리는 흰 눈동자를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말을 붙여도 가만히 있는 가슴

   붉은 물방울의 나날

   비스듬히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병실을 뒤로 하고

   나는 계속 걸어 나왔네

   꽃병이 기울어지고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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