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의 관능 외 1편

 

  연못의 관능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뀐다. 친구여, 식물세계에서 약을 찾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밤잠이 줄어드는, 점점 줄어들어서 언젠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하는.

 

   인간은 정원을 만들고, 연못을 파고, 두 개의 삶 중에서 하나는 숨기고, 하나는 수면에 젖는 종이배 같은.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여,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눈빛이 몽롱해지는 친구여, 우리는 제한적이다, 저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그러므로 비밀이 필요한 우리는 서로의 혀를 깨문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면서 달라진 점을 찾는다. 이렇게 느릿느릿 걸으면 안 보이던 게 보이지, 이를테면 수면에 뽀글거리는 저 기포들, 구멍들.

 

 

 

 

 

  물방울 시계

 

 

 

 

   흉기가 되도록 뾰족해졌다, 그러나 어떤 시간도 공기와 같아서 삼켜야 하는 것. 꺽꺽, 네가 시간을 뱉었을 때,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전혀 다른 시간이었다. 무거워진 물방울이 떨어질 때, 함께 깨지고, 합쳐지고, 한 줄기처럼 흘러가자,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릴 수 없는 무게와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리지 않는 무게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너는 조금 일찍 떨어져도 돼, 어떤 새가 제 무게를 견디며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겠니?

 

   밤에, 나무에 깃든 새와 아침에, 나무를 떠나는 새는 같은 새의 다른 가능성, 다른 꿈들. 어떤 시간은 새와 같아서 구부러진 발톱으로 붙잡고, 부리로 쪼고, 작은 몸통을 울리며 신기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때도 그랬지, 시끄럽고 끔찍한 소리를 낼 때도 우리는 귓속의 새소리를 이해하지 못했지. 새는 구멍으로 이루어진 짐승, 시간이 그런 가벼운 짐승 같아도, 물방울은 어둠 속으로 정확히 파고들어 시간을 끊으며 물방울 소리를 낸다, 그것은 참으로 끈질긴 노크소리 같구나.

 

   문을 열어 줄 때까지, 죽을 때까지, 무엇을 계속하겠다는 건가, 시간의 방문 너머, 누가 앉아서 다 듣고 있는가, 중간에, 누가 아파서 누워 있는가, 바야흐로, 누가 인간의 시간을 떠나려 하는가. 몸이 죽기 전에 몸이 아플 것이며, 가벼워지기 전에 무거울 것이며, 온 세상이 침묵에 빠지기 전에 물방울 소리를 들을 것이니, 맑은 물, 뾰족한 물, 정확히 우주의 급소를 찌르는 물. 그 이후로부터 너는 시든 입술에 단 한 방울의 물도 축이길 원치 않을 것이다.

 

   《문장웹진 10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