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체리 외 1편

 

   체리, 체리

 

 

 

 

   심장에 하얀 호기심을 품고 있구나. 둥글둥글한 하나의 씨앗으로는 지내기 어려워 살짝 기울어진 심경으로 어쩌면 그렇게 둥그런 모양을 가질 수 있었는지. 너를 심으면 붉은 호기심이 열려 점점 커지다 굴러다니고 싶을 거야.

 

   먼 곳까지 날아가고 싶을지도 몰라 긴 꼬리가 생긴 쪽을 꽁무니로 부르면 되겠구나. 그 꽁무니를 줄로 묶어 둘까.

 

   올망졸망한 호기심, 입안에 끝까지 남아 있구나. 뱉어내고 싶은 호기심. 뱉어내고야 마는 호기심.

 

   냉동실에 얼려 믹서에 갈아 볼까.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위에 올려 볼까. 그러나 환영은 붉은 과즙. 씨앗은 난처한 포물선을 갖고 있을 뿐.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거겠지.

 

   체리 씨앗들이 컵 안에서 달그락거린다. 저것들을 이어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길거리를 다녀 보거나 귀지로 만들어 귀에 넣으면 체리 빛깔의 환청을 들을 수 있을까. 눈알로 삼아 눈 속에 넣으면 사라져 가는 호기심이 다시 생길지 몰라.

 

   체리, 체리. 붉은 과즙에 심겨진 호기심. 험난한 체리나무가 되어야 하는구나.

 

 

 

 

 

   분쟁

 

 

 

 

   냉동실에 넣어 두고 깜빡 잊고 있던 병에선 액체가 얼어 있다

 

   물속에 갇혀 있던 얼음이 튀어나와 있었다

   흐르는 것을 막고 있던 물

   물속에 갇혀 있던 얼음

   물과 얼음이 부딪쳐 피어오르는 소리가 하얗다

   그 치열했던 분쟁을 이야기하듯 전부 꽁꽁 얼었다

   서로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다

 

   굳어 가는 것들은 틈을 뿌리로 안다

   형체를 가지고 있는 물은 어느 틀을 만나도 개의치 않는다

   그 딱딱한 관습이, 얼어붙게 만드는 병 속

   투명하던 것들에겐 뒤척거리다 굳은 흔적이 있다

   어떤 온도에서는 흐르는 것은 물이 아닌 고체이기도 하다

 

   눈물을 삼켜 본 자는 안다

   안에서 굳어지는 눈물이 있다는 것을

   안에서 굳는 액체는 밖에서 굳어지는 것보다 더 많은 다짐이 있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것을

   밖으로 흘러야 하는 것들이 안에서 고이면 응어리가 된다는 것을

   그것들은 어느 틈이라도 비집고 나올 방향이 있다는 것을

 

   냉동실 병 속 액체에 살얼음이 생기기 시작할 때 꺼내 보면

   그 서슬이 아직은 시원하다

   깜빡 잊고 있던 것들

   자칫하면 그 틀을 깨고 나올 수도 있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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