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외 1편

 

  금요일

 

 

 

 

   보통은 금요일 오후에 로또를 산다

 

   시가 안 되는 날은 몇 장 더 산다

 

   나는 언젠가 내 밭에서 기른 근대로 국을 끓여 먹거나

   머잖아 이웃에 대하여 관후(寬厚)를 보이게 될 것이다

 

   로또는 인류와 동포를 위한 불패의 연대이고

   또 그들이 나에게 주는 막대한 연민이다

 

   나는 부자가 되면 시는 안 쓸 작정이다

 

   어쩌다 그냥 지나가는 금요일은 불안하다

   누군가에게 이 세계를 그냥 줘버리는 것 같아서다

   그리고 은밀한 곳에서 그것을 맞춰 보고는

 

   아 나는 당분간 시를 더 써야 하는구나 혹은

   아 시도 참 끈질긴 데가 있구나 하며

 

   다시 금요일을 기다린다

 

 

 

 

 

  입대 전 날

 

 

 

 

   나는 늘 2대8을 원했으나

   아들은 한 번도 그것을 들어주지 않았다

   물이나 기름을 바르고 척 빚어 넘기면

   오솔길 같은 가르마 아래로

   콧날이 줄을 서는 2대8 머리

   그게 얼마나 구닥다리인 줄도 모르고 나는

   아들이 범생이처럼 반듯해 보이길 바랐거나

   내가 하고 싶었던 걸 그에게 원했던 건 아닌지

   어떤 날은 목욕 가 정성껏 씻겨 주고

   음료수 까지 사 먹이고는

   은근슬쩍 머리를 갈라 놓으면

   아들은 손짓 한 번에 헝클어 놓고는 했는데

   그러면 나는 이 나쁜 눔아

   그거 하는 데 돈 드냐고 눈을 흘기기도 했다

   우리는 그 일들을 잊고 살았으나

   입대 전 날 나는 그냥

   삭발한 아들의 머리를 오래 쓰다듬어 주었다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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