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년 외 1편

 

  메트로년

 

 

 

 

  그러니까 그때가 아마도 메트로년쯤이었을 것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너를 잃었다

  지하 동굴에 매인 채로 사형수에게 달려드는 히드라의 마지막 머리처럼

  밤마다 좌우로는 흔들리지 말 걸 그랬다

  그래도 단조로운 벽지를 세는 와중에 예수가

  나타나고 이후로 벌써 몇 천 박자,

  어디서든 삼천박자 동방삭

  박자가 단조로운 벽지무늬만을 기억하며 서툰 와중에

  그러니까 그때가 서기 메트로년, 우리는 모두 어머니를 잃었다

 

  엄마, 나는 박자 하나마다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 볼 거야,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륜, 아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패, 가, 망, 신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패, 왕, 별, 희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1)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이국 소녀들의 이름처럼 부푼 가슴과

  자격증처럼 그녀들이 부푼 가슴에 매달고 있던 메트로년의 증표를 기억하네

  나는 지금도 메트로놈, 앞으로도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나이트에서도 메트로놈

  지금은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더 부푼 가슴이 메트로년

  혹시 그때 이후로 전혀 더 부풀지 않았어도 여전히 나는 메트로놈

  왔다 갔다 하다가 끝내 너를 잃었어도 나는

  박절(拍節)해서 박절(迫切)한 서기 메트로년의 사내지만,

  그러나 지금은 히드라의 머리가 하나만 남기고 전부 잘리는 시절이라

  아무튼 밤마다 좌우로는 흔들지 말 걸 그랬다

 

  오늘은 예수가 이국으로 떠났다

  깊이 주무신다,

  어머니가 메트로놈을 맞춰 두고 잠이 드신다

 

 

  1) 다들 아시겠지만,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다들 모르실 리가 없지만

 

 

 

 

 

  타자의 정치학 : 초판본 중에서는 가장 간단한 것, 이후로도 많이 덧붙여질 것

 

 

 

 

  1. 타자(Tasha)

 

  타자(Tasha)는 여자

  타자(Tasha)는 러시아 근처 어디쯤에 서식하는 어떤 느린 동선

  타자(Tasha)는 신이 인간에게 일러바치는 모든 종류의 참언들일 것이며,

  타자(Tasha)를 읽는 발음 방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온갖 정치적 심각미들이 몸을 가누고……

  타자(Tasha)는 당장 사랑하듯이 추악한 여자

 

  2. 투수(Truth)

 

  신은 타자(Tasha)를 눈여겨보았네

  신은 눈여겨봄의 신에게 타자(Tasha)를 눈여겨보라고 명령했네

  신은 명령의 신에게 타자(Tasha)에 대한 명령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네

  신은 당부의 신에게 그날 마실 커피에 방부제를 넣지 말라고 주장했겠지만

  실은 그 커피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하는 식의 급박한 스토리를

  타자(Tasha)는 시베리아 근처 어디쯤에서 헛되이 상상해 보았네

  타자(Tasha)는 아마도 그런 식으로 상상하다가 그치기를 자주 했을 것이네

  타자(Tasha)는 신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하나의 완결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못생긴 이 여자 때문에 신은 비로소 커피처럼 헛되이 엎질러지고

  커피의 신은 비로소 그날 먹을 방부제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몰살당했으며

  비로소 신은 타자(Tasha)의 몸속에서 타자(Tasha)가 철저히 간과되는 벌을 내릴 것이다

 

  어느 오후에 이른

  점심을 다 먹은 신이 간과의 신을 부르는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네

  이 이야기는 모두 어느 오후에 먹는 이른 점심의 신에게

  저 위대한 딱 한 번의 신이 들려주는 딱 한 번의 증언일 것이고

 

  3. 포수(Force)

 

  타자(Tasha)는 오직 속마음으로만 이렇게 말했네

  나는 언젠가 딱 한 번의 신을 다시금 빛나는 왕좌로 돌려보내 줄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래도 그때는 인생을 사는 일에 아무런 변화도 없으리이다

  타자(Tasha)는 솜씨 좋게 잘못 타 온 커피처럼 쓰디쓴 웃음을 지었네

 

  딱 한 번의 신은 외로운 밤에 타자(Tasha)를 만지면서 다짐했네

  나는 타자(Tasha)의 방부제를 모조리 끊어버릴 것이다

  간과된 지루한 인생아, 내가 인간의 몸에 혓바닥을 대는 것도 딱 한 번이다

  그날이 오면,

  간편하지 못했던 내 사랑도 딱 하나만 남아서 딱 한 번만일 것이리라

  어째서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는 이때 오로지 딱 한 번만 다짐했다네

  딱 한 번을, 오로지 타자(Tasha)만을 위하고 있다는 것처럼, 마치

  그가 정말로 무슨 딱 한 번의 신이라도 된다는 듯이……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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