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외 1편

 

  유령

 

 

 

 

 

   우리는 생선처럼 나란히 누워

   비린내 풍기고 있었지

   오후도 아니고 적멸도 아닌 시간

   서로에게 안주가 되는 꿈을 꾸었지

 

   햇살도 풍문도 없는 곳에서

   폐병쟁이인 나는 핏빛 노래만 흥얼댔고

   꼬리만 남겨진 당신은 파닥거리며 붉은 춤 추었지

 

   무릎 꿇고 향을 피우면

   별이 돋아났지 당신의 밤에선

   약냄새 진동했지

 

   꽃을 새기려 날선 손톱으로

   깊은 곳을 후벼 팠지 상처 속에서 어김없이

   소름 돋은 별 하나

 

   후, 투투투—

   날개만 두고 날아간 건

   별이었는지

   꽃이었는지

 

   생선처럼 나란히 누워

   서로 안주가 되는 꿈꿨지

 

   흰 꽃이 피면 흰 술을 마시고

   붉은 꽃 필 때 붉은 술 건네며

   살자 했지 소멸하자 했지

 

 

 

 

 

  잉여의 계절

 

 

 

 

   이곳은 물고기의 숲 최초의 방전이 시작된 곳 노랗고 빨갛게 물든 물고기들이 매달려 빈 바람에도 여기저기 껍질 펄럭인다 여기까지 놓인 녹슨 철길은 기차를 위한 길이 아니다 죄가 풍성할수록 성소의 천장은 높아져 가고 천국으로 넘어가는 통로에는 치명적인 결절(結節)이 생겼다 사타구니에 숨겨 둔 무당의 솟대는 세울 곳을 찾지 못하고 시들어 간다 오, 감쪽같은 시간들 낡을 대로 낡아버린 영혼들이 새로 빤 망토를 걸치고 칼싸움을 흉내 내는 밤 발길을 돌리면 발길질이 돌아오는 환각무대의 뒷골목 이곳은 물고기의 숲 최초의 방전이 시작된 곳

 

   잉여의 계절,

   모르는 자들은 무리를 이루고 무서운 자들은 구멍을 막은 채 소리 높이고 있구나

 

   《문장웹진 8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