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s 외 1편

 

  speakers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사람이 시험에 합격한 것이라네.

― 카프카

 

 

 

 

  “이제 그만 하자.”

 

  그는 매번 똑같은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을 한다.

 

  차례를 기다려

  假聲으로

  이렇게 말을 한다.

 

     *

 

  그래. 나는 그의 말을 따르고 싶었다. 이제

  그만 하자.

 

  그가 뱉은 말의 뼈들이 흩어져 있는 무언극 속으로 들어가

  내가 하지 않은

  어떤 것을 후회하고 싶었다.

 

  뼈가 없는 영혼처럼 모로 누워

  다음과 다음다음과

  그 다음을 미리 기억해 두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기꺼이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의 옷을 덮고 개꿈을 꾸고 싶었다.

 

     *

 

  그러나 그의 눈 속에서 나는

  약간씩 벗어난다.

 

  시험에 든다.

 

  나는 내 실수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있었던 것과

  있었을 것과

  있을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물어볼 수밖에 없다.

 

  피할 수가 없다.

 

 

 

 

 

  문워킹

 

 

 

 

  안무를 익혔다.

 

  왼발이 밟는 스텝을 오른발이 모르게

  바꿨다.

 

  디뎠다.

 

     *

 

  그러나 나는 중간보다 키가 작다.

 

  발뒤꿈치를 들어도 마이클 잭슨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손을 힘껏 뻗어도 시간의 끝에 닿지 않는다.

 

  이봐. 정신을 차려라.

  마이클 잭슨은 이미 죽었어.

 

     *

 

  지금껏 숨 쉬어 왔던 것들을 뱉으며

  나는 박자를 놓치고 있다.

 

  지그재그의 뒷걸음으로

  제자리에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제자리에.

 

  달에.

 

     *

 

  달에 가자. 달에 가면

  키가 두 배로 크니까.

 

  마이클 잭슨의 발에 맞춰

  왈츠보다 심한 춤을 출 수 있으니까.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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