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12 외 1편

 

  B-612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태양은 오래도록 지지 않는다. 낯선 행성의 모래폭풍은 길고 지루했다. 사내는 이윽고 죽음을 직감한다. 지구는 멀었고, 극소량의 외로움과 극미량의 그리움을 견디면 마지막 순간은 잠시, 허기졌다. 지구로부터의 영상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내는 흐느끼지 않는다. 항공우주국으로부터의 장엄한 국가는 석양을 배경으로 엄숙했다. 사내는 합중국의 국가를 따라 부르며 바오밥나무와 사막에 추락한 오래 전의 조종사를 애써 기억해 낸다. 고개를 돌리면 우주는 아름다웠다. 문득 사막의 밤하늘이 생각났지만 돌아갈 수 없었으므로 그리움이 문득 서글펐다. 오래 전에 잊힌 사랑을 떠올리며 사내는 어느덧 죽음에 이르렀음을 직감한다. 항공우주국은 행성의 좌표를 기록하며 사내의 행성을 B-612라 명명한다. B-612의 사내는 B-613이 발견될 때까지 엄숙하게 추모된다. 사내의 가족에게는 행성의 좌표가 제공되고, 좌표의 방향을 향해 사내의 가족은 추도식을 거행한다. 추도식이 거행되는 거리마다, 절망도 없이 태어난 아이들이 화장실에 모여 수음을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의 잘린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더러운 비둘기 떼는 어느새 추도식의 하늘을 가득 메운다. 지구로부터의 영상은 영화처럼, 끊어질 듯 극적으로 이어진다. 영화처럼. B-612의 좌표는 별자리와 무관하게 항공우주국에 입력된다. 사내는 순직 처리되고, 인류의 발자취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된다. 사내에게 남겨진 외로움과 그리움은 그러나 항공우주국에 접수되지 않는다. 두 개의 달과 하나의 태양만이 사내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합중국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B-612의 좌표로부터 극소량의 외로움과 극미량의 그리움이 끝없이, 끝없이 전송된다.

 

 

 

 

 

  치사량 *

 

 

 

 

  당신은

  완벽한 사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적도로부터 폭풍은 더 이상 몰려오지 않고

  당신은 

  헤어진 애인들과의

  치명적인 사랑을 떠올린다

  최소의 치사량으로부터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당신은 믿는다  

 

  최소의 치사량으로

  그러나

  죽음은 쉽게 호명되지 않으므로

  당신은

 

  치명적인 죽음과 사랑을

  탐닉한다

  헤어진 애인들은 돌아오는 법이 없고

  당신이 호명한 죽음과 사랑은 

  번복되지 않는다

 

  당신은

  최대의 치사량을 고민하지만

  죽음은 최대의 치사량으로부터

  언제나 비롯되고

  언제나 비롯되지 않는다

 

  배송되지 않는 우편물의 사연이

  소인도 없이 사라지고

  적도로부터 비롯된 폭풍은

  이내 소멸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당신은,

  헤어질 수 없으므로

  최대치의 치사량을 떠올리기로 한다

 

  당신의 애인은 침대에 묶여 있고

 

  당신은 오로지

  최대치의 치사량과 최소치의 치사량을

  유일하게 고민하고,

  오래도록 망설인다

 

 

  * 최소 치사량(MLD), 50% 치사량(LD50), 100% 치사량(LD100) 등이 있으나 최근에는 LD50 이외의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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