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사과의 말 외 1편

 

  식은 사과의 말

 

 

 

 

  나는 심장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사람, 몇 가닥 혈관만 남은 가지 끝에서 익기도 전에 물러버린 행성입니다. 당신의 맥박을 찾아 가끔 링거 줄에 맺혔다 떨어지는 유성의 힘으로 하루를 돌리고 나면 곪은 상처만 하나 더 돋았습니다. 도려낸 살점을 블랙홀에서 날아온 새들의 먹이로 건네주는 저녁, 발그레한 꽃잎의 기억은 노을 속으로 떨어져 쌓입니다. 한 겹 더 얇아진 중력으로는 이제 어떤 꿀벌도 부를 수 없습니다. 귓가에서 윙윙거리던 별들도 닿을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고, 이제 벌레들이 그려 넣던 미로까지 막혀버리면 궤도를 지우고 잠들겠지요. 바람이 흔들 때마다 운석으로 남은 씨앗을 덜그럭대며 당신에게 닿아 있던 꼭지를 비틀 겁니다. 붉은 심장을 저버린 사람, 이제 당신의 별자리에서 나를 지워 주세요.

 

 

 

 

 

  나비를 들이다

 

 

 

 

  장딴지에 상처가 생긴 후

  꿈속까지 비린 냄새를 맡고

  바짝 마른 나비 둘 날아왔네

  무늬도 없는 날개 펄럭이며

  상처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방울방울 맺히는 핏방울

  하나씩 받아 먹었네

  환생을 꿈꾸는 영혼들 같아서

  가만가만 쓰다듬을 때

  날개비늘 가루약처럼 날렸네

  형들이 남기고 간 약봉지 속

  그 냄새가 언뜻 스쳤네

  골고루 펴서 뿌려 놓으면

  통증까지 쉽게 아물 것 같았지만

  허나 날개가 없는 나에게

  그 약은 독이었네

  고름딱지를 몇 번 떼어내고

  겹겹의 날들을 벗은 후에야

  상처는 겨우 흉터로 변태했네

  번데기 모양의 그 흉터 속에서

  애벌레가 꿈틀대는지

  이따금 견디기 힘든 가려움이

  밤새 악몽을 긁기도 했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살 속에서

  붉은 날개 한 쌍 돋아났네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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