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외 1편

 

곽효환

 

그해 겨울

 

 

 

 

한 사람이 가고 내내 몸이 아팠다

겨울은 그렇게 왔다

가지 끝에서부터 몸통까지

여윈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시든 몸을 뒤척였지만

마른기침은 폐부 깊은 곳을 찔렀다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오는

좀체 가시지 않는 통증,

나는 미련을 놓지 않았고

나는 내내 기다렸으나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들 잠든 새벽 4시,

혼자 남은 빈 병실 창밖으로

띄엄띄엄 깊은 겨울밤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전조등을 보며

아직 꺼지지 않는 불빛을 헤아렸다

그 겨울은 혹한도 폭설도 없었지만

오랫동안 물러설 줄 몰랐다

어림할 수 없는 그 끝을

견딜 수 없어, 더는 견딜 수 없어

마음을 먼저 보냈으나

봄도, 그도…

 

그렇게 겨울은

더 깊어지거나 기울었다

 

 

 

 

무량사에서

 

 

 

해질녘 종소리 들리거든

만수산 자락을 가득히 메운

무량사 저녁 예불 종소리 서른세 번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여운 길거든

차마 떠나지 못한다 하네

 

산사의 종두승 당목을 밀어 울린 종소리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아직 내려놓지 못한

마음의 그늘 남겨 두고는

산문(山門)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하네

 

패랭이 쓰고 미간을 찌푸린 옛사람

청한당 툇마루에 비스듬히 앉아

늙은 느티나무 가지 끝에 걸린

더는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시름을

다시 이슬에 재우는 해거름

 

나, 이층집 극락전 마당

허리 굽은 소나무 빈 그늘에 들어

반듯한 오층석탑 옆에

삐뚤빼뚤한 돌탑 하나 세웠다 허무네

허물었다 다시 세우네

 

《문장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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